삼성경제연구소는 3일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는 어떻게 성공했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세계 최고 리그로 거듭난 EPL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EPL의 성공은 1, 2개 구단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전 구단이 주축이 되어 탁월한 축구생태계를 조성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EPL의 성공 요인은 △개방성에 기반한 다양성 △상호작용 등이라는 설명입니다.
예를 들면 2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라이벌전에서 승리한 첼시의 구단주는 러시아 석유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입니다. 맨체스터 시티는 2008년 아랍에미리트의 왕자이자 석유재벌인 셰이크 만수르가 인수했죠. 외국인 소유가 금지된 독일의 분데스리가나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와 달리 2009년 기준으로 EPL의 20개 구단 중 9개 구단은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선수를 보면 어떨까요. 박지성과 이청용이 뛰고 있는 EPL은 다른 유럽 리그와 달리 외국선수 보유에 대한 제한이 없습니다. 반면 스페인은 팀당 비유럽 선수를 4명까지만 보유할 수 있고 이탈리아는 비유럽 선수 1명, 독일은 자국 선수 12명을 보유해야 하는 규정이 있죠.
이런 개방성에 의한 다양성은 EPL의 최대 강점으로 꼽힙니다.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2008∼2009년 시즌을 기준으로 각각 약 15억 유로의 매출을 올렸지만 유독 EPL만은 23억 유로로 많습니다.
이게 경제나 산업과 무슨 상관이냐고 하시겠죠. EPL을 안드로이드 진영으로 보고 각 구단을 휴대전화 제조업체로 보면 어떨까요? 맨유가 삼성전자고 첼시가 HTC인 셈이죠. 다양한 국적의 감독과 선수들은 애플리케이션이 될 수 있겠죠. EPL이 축구생태계라면 안드로이드는 기업생태계인 셈입니다. EPL은 선수나 감독, 나아가 구단 소유주의 국적에 제한을 두지 않음으로써 세계 최고의 인재들과 해외 자본이 제한 없이 유입되도록 했고 리그 내에서 선수나 감독의 영입과 임대를 원활하게 함으로써 전력의 완성도를 제고하고 구단별로 전략과 스타일을 손쉽게 변경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개방형인 구글의 안드로이드도 많은 기업들이 들어와서 각자의 스타일을 추구하며 이익을 낼 수 있도록 했죠. 폐쇄적인 애플보다 안드로이드의 미래를 더 밝게 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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