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 속도가 심상치 않다. 작년 10월 채소값 상승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로 올라섰을 때만 해도 물가에 대한 긴장감은 크지 않았다. 주요 선진국의 경제 사정이 나쁜 데다, 정부의 가격 안정 노력으로 다음 달에 바로 물가가 안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물가는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최근 발표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5%로 2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 상단인 4%를 훌쩍 넘어섰다. 세부적인 내용을 들여다봐도 별로 좋지 않다. 글로벌 원자재와 농산물 가격 상승 압력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서비스 물가 등에 전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 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그만큼 커졌음을 의미한다.
사실 정부는 작년 4분기부터 물가 안정을 꾀해 왔다. 공공요금 인상 억제나 유통 구조개선 등 미시적 방법뿐만 아니라 정책금리 인상 등 거시적 방법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거시적 대응은 기본적인 시차를 무시한 느린 정책금리 정상화 때문에, 또한 미시적 대응은 오히려 기대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측면이 있다는 점 때문에 충분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중동지역 정세 불안으로 유가가 큰 폭으로 올라 2분기부터 물가가 안정될 것이란 정부 전망이 틀릴 가능성도 높아졌다. 중동의 정정불안 사태가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 등 주요 산유국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경제가 취약한 일부 국가는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점은 4%를 넘는 물가가 상반기 내내, 나아가 3분기까지도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유가가 오르면 원유 수입이 늘어나 경상수지 흑자 기조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는데, 이는 환율 상승을 통해 물가 상승 압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어떤 자산을 선택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물가 급등은 경제 주체의 실질 소득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성장률을 떨어뜨린다. 자산 가격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유가 급등과 함께 나타난 주가 하락은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물가가 오르는 경우 기억해 두면 유리한 기본적인 자산 선택의 기준들도 분명 존재한다. 첫째, 물가 상승에 따른 원금의 구매력 손상을 상쇄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물가연동국채다. 물가연동국채는 물가가 오르는 만큼 이자가 올라가서 원금의 구매력 손상을 방어해 주는 채권이다. 또한 경쟁력 있는 기업의 주식과 일반 채권 중에선 주식이 낫다. 일반 채권은 물가가 올라도 같은 이자를 지급하지만 경쟁력 있는 기업의 배당은 물가가 오를 때 어느 정도 같이 오르기 때문이다. 둘째, 실물자산이 금융자산보다 유리하다. 물가 상승은 곧 실물자산의 가격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부동산과 금이 대표적인 실물자산이다. 물가가 더 오를 것인가를 계속 관찰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하지만 물가 안정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위의 기준에 충실하게 자산을 선택하는 방법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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