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균 논설위원의 추천! 이번주의 책]폴트 라인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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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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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불균형-과도한 신용이 파국 불렀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많은 경제학자가 그 원인과 대책을 논의했다. 금융위기를 미리 경고했던 학자들은 ‘위기의 예언자’로서 주목을 끌었다. 그중에는 경제학계의 중심에 우뚝 선 학자들도 있다.

경제위기 분석서 중에서 본란에 소개된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의 ‘이번엔 다르다’와 누리엘 루비니 뉴욕주립대 교수의 ‘위기 경제학’이 있다. 루비니 교수는 2006년 9월 국제통화기금의 한 회의에서 주택시장의 붕괴로 인한 끔찍한 경제위기를 경고했다. 1년 반 뒤 그의 예측이 사실로 드러났다. 로고프 교수의 분석의 의하면 위기의 원인은 과도한 외부자금의 유입에 따른 부채 누적이다. 국가든 개인이든 은행이든 빚이 많으면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루비니와 로고프 교수에 비해 더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있다. 주택시장이 왜 붕괴했는지, 또 왜 과도하게 외부자금이 유입됐는지에 의문을 던진다.

라잔 교수는 미국 사회 내부의 계층간 소득 불균형의 심화와 미국 정부의 과도한 신용 제공에서 위기의 단서를 끌어낸다. 이 두 가지 원인을 축으로 여러 원인이 얽혀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 경제위기라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더 근본적인 원인은 계층간 소득불균형의 심화라고 결론짓고 있다.

소득불균형이 위기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자. 위기의 진행과정에서 두 가지 촉매가 작용한다. 하나는 미국의 부실한 사회안전망이고, 다른 하나는 고용 없는 경기 회복 현상이다.

미국 사회에는 실업자와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면 의존적이고 게으른 빈곤층을 양산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 때문에 사회안전망이 다른 나라에 비해 열악하다. 미국에서의 실직의 고통이 유럽 국가들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통이 큰 만큼 정치권에 대한 압력도 크게 작용하게 마련이다. 정치인들은 효과가 큰 경기 회복책과 고용 확대 정책을 요구하게 된다,

그러나 과거와 같이 고용 사정은 단기간에 뚜렷이 개선되지 않는다. 여기에 고민이 있다. 고용 없는 경기 회복은 정치인들에게 일자리 창출 압력으로 작용해 지나치게 낮은 금리를 유지하도록 만든다. 2001년 미국 중앙은행은 6.5%였던 금리를 1% 수준까지 내렸지만 기대한 만큼 투자와 고용은 일어나지 않았다.

초조해진 정치인들이 문제였다. 저금리로 이미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린 상태에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정부는 저소득층의 주택 보유를 지원하기 위해 대출 확대 정책을 편다. 이때 주택 붐이 일면서 늘어난 가계 부채가 위기의 불씨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미국 금융회사들은 이런 호기를 놓치지 않았다. 때마침 금융계로 유입된 유능한 인재들은 느슨한 금융규제를 호기로 삼아 파생상품 같은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과열을 부추겼다. 그러나 과열과 거품은 언젠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2006년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으로 세계 경제는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경제위기의 예방 대책은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 경제적 조치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의 간섭과 영향력 행사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절실하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까. 결국 유권자들의 몫이다. 물가는 오르고 있는데 성장과 고용에 대한 미련 때문에 금리를 내리지도 못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 투래빗
집토끼-산토끼 모두 잡으려면?
인더 시두 지음·김하락 옮김
284쪽·1만5000원·모멘텀


‘선택과 집중’이란 사업전략은 이제 기업의 불문율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에 몰두했던 기업을 제치고 모순적인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한 ‘투 래빗(두 마리 토끼)’ 전략을 통해 승승장구하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세계적인 인터넷 네트워크 장비 기업인 시스코는 두 마리 토끼 전략으로 성공을 구가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 회사의 전략기획 담당 수석 부사장인 저자는 25년간 이 분야에서 세계 정상을 지켜온 시스코의 성공 사례를 소개한다. 시스코는 2001년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도 최근 7년간 매출 200%, 이윤 300%, 주당 순이익 400%의 성장을 이뤘다. 여기에는 조직의 안정과 혁신, 현재의 수익성과 미래 성장 엔진이라는 두 토끼를 모두 잡은 특별한 노하우가 있었다. 또 P&G, 월풀, 할리데이비슨 등의 사례를 들어 두 토끼 전략이 왜 오늘날 기업 환경에서 최선의 선택인지 밝힌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 중국식 모델은 없다
“中경제가 살 길은 美 따라하기”
천즈우 지음·박혜린 남영택 옮김
344쪽·1만8000원·메디치미디어


중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지위에 올랐다. 중국식 사회주의 발전 모델의 확산을 뜻하는 ‘베이징 컨센선스’도 그만큼 자주 회자되고 있다. 중국 특유의 발전 모델 성립 여부에 대해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 금융경제학 종신교수인 저자는 단연코 아니라고 말한다.

중국식 모델의 존재를 부정하는 저자의 핵심 근거는 이렇다. 중국이 지난 30년간 이룬 경제적 성공은 중국의 ‘큰 정부’가 이룬 업적이 아니라 ‘자유’에 조금씩 다가선 정책 방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유 인권 민주는 경제와 독립적이지 않고 경제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영향력 있는 중국 경제학자로 손꼽히는 저자는 중국이 발전을 계속하려면 금융을 바탕으로 한 미국의 경제 스타일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 역시 자유 인권 민주의 가치와 이념을 받아들여야 현재의 경제발전을 주도한 2차산업을 넘어 3차산업을 기반으로 한 경제발전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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