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대기업이라면 공부밖에 모르는 모범생들만 입사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지난해 말 LG그룹 신입사원 공채에서는 ‘괴짜 3인방’이 등장했다. 강병욱(30·LG생활건강 생활용품사업부), 장우성(27·LG상사 홍보팀), 임형규 씨(30·LG전자 휴대전화 연구팀)가 그 주인공이다.
강 씨는 2009년부터 2년간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응원단장으로 활동했다. 큰 키에 떡 벌어진 어깨를 자랑하는 강 씨는 걸그룹 ‘소녀시대’의 안무까지 소화해 ‘응원요정’이라는 엽기적(?)인 애칭을 갖고 있다.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응원단원의 모습에 반해 아예 그 세계로 빠져든 강 씨는 학교 응원단장을 거쳐 졸업 후 프로농구 LG 세이커스의 응원단장이 되면서 LG와 연을 맺었다. 30대를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던 그는 ‘LG 배지를 달고 싶다’는 생각에 LG생활건강에 지원했다. 강 씨는 “면접장에서 한 임원이 팬이라며 인사를 할 정도로 LG에 열정을 바친 것이 합격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짧은 머리에 단정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장 씨의 과거는 놀랍게도 록그룹 기타리스트였다. 성적이 최상위권이던 고교 2학년, 우연히 TV에서 그룹 ‘넥스트’의 공연을 보고 기타에 홀린 그는 기타를 사 6개월간 독학했다. 하지만 실력이 뜻대로 늘지 않자 이른 아침부터 무작정 넥스트의 공연장을 찾아다니며 앰프를 나르고 심부름을 자처했다. 그런 장 씨를 기특하게 본 넥스트의 기타리스트 김세황 씨가 3개월간 ‘지옥의 기타 훈련’을 시켰고, 내로라하는 가수인 김종서, 김경호, K2의 공연에 기타리스트로 설 수 있었다.
하지만 장 씨는 스스로 ‘프로가 될 정도의 감성은 부족하다’고 판단해 대학 4학년 때 기타를 접고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LG상사 면접을 앞둔 그는 또다시 발로 뛰는 적극성을 발휘했다. LG트윈타워를 두 차례 방문해 분위기를 점검한 것. 함께 면접을 본 이들이 추상적인 사업 구상을 밝힌 것과 달리 장 씨는 ‘직접 방문해 보니 마침 홍보 브로슈어가 떨어졌더라,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다소 피곤해 보이더라’는 이야기를 풀어놓아 면접관들로부터 적극성을 인정받았다.
유럽형 스마트폰 모델을 연구 중인 임 씨는 골프 마니아였다. 운동선수인 부모 덕분에 안 해본 운동이 없던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이미 아마추어 골프대회를 휩쓸었지만 고교 진학을 앞두고 집안사정이 어려워져 잠시 꿈을 접어야 했다. 승부욕이 강한 그는 재수생 시절에는 유명 온라인게임 ‘레인보우6’에 몰두해 세계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게임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한 임 씨는 다시 골프채를 잡아 공부와 운동을 병행했고, 1년여 만에 골프 레슨 자격증을 따냈다.
임 씨는 “여러 회사에 면접을 봤는데 면접관들이 질문은 안 하고 골프 자세 교정만 해달라는 곳도 많았다”며 웃었다. 그는 “피치 못하게 골프를 접어야 했을 때도 ‘언젠가는 할 것’이라는 열정을 갖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개발자의 열정을 잃지 않고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 측은 “이들의 공통점은 학창시절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해 결국 누구나 인정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는 것, 즉 엄청난 열정의 소유자”라고 설명했다. 구본무 회장의 주문처럼 최근 부쩍 ‘즐겁게 일하는 인재’를 강조하는 LG는 앞으로도 이처럼 독특하고 적극적인 인재를 선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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