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관성적인 안도감이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순조롭게 상승했던 주가지수는 최근 심리적인 지지선이라고 할 수 있는 1,900대 초반까지 떨어졌고, 이후 단 며칠 만에 2,000 선으로 반등했다. 최근의 주가지수 하락이 투자의 기회였고, 상승추세는 여전히 이어질 수 있다는 안도감이 생겨난다.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나 그 이후 일부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가 과감한 금융 및 재정 정책의 수행으로 빠르게 봉합되는 모습을 경험하면서,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정불안으로 야기된 유가 상승도 생산량이나 재고량 조정으로 안정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유가 상승 같은 이벤트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기대감은 관성적이다. 그 바탕에는 중국과 같은 신흥국의 견조한 경제 성장세, 그리고 선진국과 주요 신흥국 간 활발한 정책 공조의 노력이 깔려 있다.
둘째는 우리나라만을 따로 들여다봤을 때 떠오르는 불안감이다. 수입물량 가운데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한국은 유가가 일시적인 급등 국면을 벗어난다 하더라도 전년도 대비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경제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인플레이션과 그로 인한 경기회복세의 저하 가능성이 있다.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마땅한 정책수단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큰 문제다.
작년에 한국은 정책금리 인상을 주저했고,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도 그다지 절상되지 않았다. 계절적인 요인의 여파가 잦아들면 농산물 가격은 다소 안정될 수 있겠지만 높은 유가의 파급력을 상쇄할 정도는 못 되는 것 같다. 수요 측면에서도 물가상승 압력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려서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흡수하려고 했던 당초의 계획은 유가 상승이라는 암초를 만나 후퇴할 가능성이 발생했다. 환율 측면에서도 지난해 환율 절상 압력을 고스란히 남겨놓은 상황에서 유가 상승으로 인한 경상수지 흑자의 감소가 당분간은 환율 상승으로 흡수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리를 올려서 물가를 잡거나, 환율 조정으로 수입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기 어렵게 됐다. 이는 기업들의 이익 예상치가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정 불안이 야기한 유가의 급등 추세는 곧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는 미국과 중국을 축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도 이러한 추세 속에서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올해 우리나라는 상당히 어려운 의사 결정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경제 전반을 운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정책 결정자들의 고민은 결국 투자자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관성과 불안감이 충돌하는 상태라면 잠시 시장을 관망하는 것도 방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