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헤지 펀드’란 무엇인가요. 》 우선 헤지펀드의 사전적 의미부터 살펴보기로 합시다. 헤지펀드란 투자 지역이나 대상 등에 있어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고,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고수익을 노리는 투기성 자본을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소수의 투자가들에게서 자금을 모아 카리브 해의 버뮤다제도와 같은 조세회피지역에 거점을 설치하고 자금을 운영하는 펀드를 가리킵니다. 하지만 헤지펀드들이 반드시 고수익을 추구하는 전략만 구사하는 것은 아닙니다. 헤지펀드는 거의 모든 종류의 투자 전략을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채권형 펀드보다 안정적인 헤지펀드가 있는 반면 선물·옵션에 적극 투자해 고수익을 노리는 헤지펀드도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헤지펀드는 금융시장을 교란하는 투기성 자본으로 지목돼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1998년 헤지펀드 롱텀캐피털이 파산하며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웠고, 1990년대 말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위기를 맞은 것도 헤지펀드 때문이라는 설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마하티르 무함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는 “투기자금이 아시아 위기를 초래했다”며 헤지펀드의 대부 격인 조지 소로스를 ‘자본주의의 악마’라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2007년 자산 규모를 1조8700억 달러까지 불렸던 헤지펀드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규모가 1조4100억 달러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위축됐던 헤지펀드 시장은 최근 들어 다시 활기를 띠면서 2007년 절정기의 90% 수준까지 자산규모를 회복했습니다. 다만 금융위기 이전 1만 개가 넘던 펀드 수는 9000개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믿을 수 있고 성과가 검증된 대형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가 더욱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는 헤지펀드가 아직 본격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투자자 보호 문제 등으로 당국에서 개인들의 헤지펀드 직접 투자를 법적으로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유사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자문형 랩어카운트는 일반 펀드보다 규제가 덜하면서 특정 수익률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헤지펀드와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자문형 랩이 결국 헤지펀드 형태로 변모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근 국내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헤지펀드는 어떤 상품들일까요. 국내에서 헤지펀드 판매가 불가능하다 보니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상품들은 주로 외국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펀드오브 헤지펀드) 형식으로 출시된 상품들입니다. 즉, 사모펀드를 구성한 뒤 헤지펀드를 끼워 넣는 형태입니다. 주로 사모펀드로 모집하다 보니 투자금액 또한 5000만 원에서 1억 원까지 가입 최소단위가 큰 편입니다.
중동 및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정 불안으로 인한 유가 급등, 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헤지펀드는 절대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조정장에서 매력이 훨씬 부각될 수 있습니다. 주식형 채권형 등의 일반 펀드들은 벤치마크를 기준지수로 미리 정하여 그 벤치마크 수익률에 비해 얼마나 초과 성과를 내는지를 성과지표로 삼습니다. 하지만 헤지펀드의 경우 투자 대상에 사실상의 제한이 없고 다양한 파생투자기법을 사용하기에 성과를 비교하는 기준지수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절대수익만으로 펀드의 성과를 측정합니다. 하락장이 이어진다 하더라도 손실을 덜 보는 정도가 아니라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헤지펀드에 가입할 때는 주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우선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헤지펀드는 글로벌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 방식이므로 실제로 편입되는 펀드의 운용성과, 투자전략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여러 개의 헤지펀드에 분산투자하는 경우 상관관계가 낮고 상호보완적인 펀드인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헤지펀드는 일반 공모펀드에 비해 환매에 제약이 많은 만큼, 관련 규정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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