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수출용 스마트TV에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Bing)’ 검색엔진을 기본 탑재하기로 하는 등 MS와 전략적으로 제휴했다. 세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업계를 대표하는 두 회사의 스마트TV 연합전선이 구글(운영체제)과 소니(세트 제조), 인텔(반도체 부품)이 힘을 합친 ‘구글TV’에 맞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신형 스마트TV에 MS의 인터넷 검색엔진인 빙을 적용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유럽에 수출되는 스마트TV 일부 모델에도 빙이 들어간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소비자들은 인터넷주소 옵션을 본인이 일부러 바꾸지 않는 한 삼성 스마트TV의 웹 브라우저를 실행할 때마다 빙 검색창을 보게 된다. 단, 국내용 스마트TV에는 삼성이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는 네이버가 들어간다.
세계 검색시장 점유율의 90%를 차지하는 구글을 제쳐놓고 4.3%에 불과한 MS 빙을 선택한 것은 이례적인 결정으로 풀이된다. 스마트TV를 켜면 기본화면(스마트허브)에 뜨는 애플리케이션(앱) 항목과 검색엔진은 관련 업체들이 서로 차지하려 다투는 ‘전략적 요지’다. 가뜩이나 앱과 검색엔진이 넘치는 상황에서 초기화면에 고정돼 있으면 소비자 노출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보다 이용행태가 수동적이어서 ‘린백(lean back·기댄다는 뜻)’ 매체로 불리는 TV에선 더욱 그렇다. 더구나 지난해 세계 TV 시장점유율의 22.1%를 차지해 세계 1위인 삼성전자가 만드는 스마트TV는 최상의 소비자 접점으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라이벌인 구글과 MS 등이 삼성 스마트TV를 둘러싸고 경합했으나 상대적으로 삼성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MS가 선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MS는 국내용 스마트TV에서 네이버가 제공하고 있는 ‘시청 중 연관어 검색’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기능은 현재 방송되는 내용과 관련된 검색 키워드를 추천해주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궁금한 내용을 일일이 자판으로 누를 필요가 없다. 이와 함께 전자업계에선 사람의 동작을 인식해 게임을 조종할 수 있는 MS의 ‘키넥트’가 삼성 스마트TV의 리모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구글은 구글TV OS를 제안하면서 인텔의 시스템반도체(구동 칩)뿐만 아니라 대만 특정업체의 튜너(TV 전파를 수신하는 부품)를 쓸 것을 요구했다. 스마트TV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반도체 핵심부품을 독자 생산하고 있는 삼성으로선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사항이었다.
무엇보다 두 회사의 협력은 구글TV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구글은 하나의 콘텐츠를 PC(태블릿PC)-휴대전화(스마트폰)-TV(스마트TV)에서 모두 즐길 수 있는 ‘3스크린’ 전략을 완성하기 위해 소니, 인텔과 손잡고 지난해 TV시장까지 침투했다. 구글의 최대 라이벌인 MS로서도 삼성과 손잡고 TV 플랫폼을 방어할 필요가 있었던 셈이다. 삼성 관계자는 “구글TV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양사의 의견이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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