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으로 취업뚫기]한솔그룹 최환익-김예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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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0일 03시 00분


업무일지 쓰는 ‘꼼꼼男’… ‘나만의 매뉴얼’ 매일 작성해 시행착오 줄여
험한일도 앞장 ‘소탈女’… 박스 나르고 포장 뜯고… 모든 일에 적극적

한솔그룹에 인턴으로 입사해 올해부터 정식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최환익 씨(왼쪽)와 김예나 씨. 두 사람은 성공적으로 인턴을 마치고 정규직으로 일하게 된 비결로 장기적인 안목과 적극적인 자세를 꼽았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솔그룹에 인턴으로 입사해 올해부터 정식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최환익 씨(왼쪽)와 김예나 씨. 두 사람은 성공적으로 인턴을 마치고 정규직으로 일하게 된 비결로 장기적인 안목과 적극적인 자세를 꼽았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많은 인턴사원은 무엇인가를 회사에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조급해한다. 반대로 ‘인턴이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안일하게 일처리를 하는 쪽도 있다. 하지만 인턴을 거쳐 정식 직원이 된 이들은 한결같이 ‘길게 보고, 적극적으로’ 생활할 것을 당부한다. 지난해 하반기 인턴으로 입사해 올해 1월부터 정식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한솔제지 최환익 씨(28)와 한솔CSN 김예나 씨(23·여)도 마찬가지다. 자기만의 노하우를 통해 업무를 익히고, 적극적인 태도로 한솔그룹에서 사회의 첫발을 내디뎠다. 》
○ 하루 한 쪽씩 ‘나만의 일지’

한솔제지 인사팀에서 복리후생 업무를 맡고 있는 최 씨는 인턴 시절이던 지난해 9월부터 빼먹지 않고 하는 일과가 하나 있다. 자신만의 ‘업무 일지’를 만드는 것이다.

회사의 공식적인 업무 매뉴얼이 있지만 자신의 일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 추가적인 설명을 붙이고, 없는 내용은 새로 만든다. 최 씨는 “매뉴얼은 업무를 잘 아는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에 설명이 생략된 부분이 많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따라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다”며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수 있는지 그날 배운 것을 적고, 꾸중을 들었으면 무엇 때문에 혼났는지를 적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를 만들 때 어디서 자료를 뽑아 비교해가며 작성해야 하는지, 복리후생 업무는 돈과 관련된 게 많아 빠른 일처리보다 정확성이 중요하다든지 등 사소할 수도 있는 내용까지 빼곡하게 담겨 있다.

최 씨는 이를 통해 한 번 했던 일에 대해서는 실수를 줄이고, 후임자가 와서도 시행착오를 줄여 조기에 업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 씨의 일지는 지금까지 80여 쪽에 달한다.

인턴 기간 최 씨는 약속을 지키고, 질문을 활발히 하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인턴 시절 최 씨는 회사의 경조사 지원에 대한 개선방안을 만들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주어진 시간은 1주일. 업무에 서툰 인턴에게는 벅찬 일이었지만 최 씨는 약속된 기한을 어기지 않으려고 야근을 자청했다. 낮에는 다른 주어진 일들을 처리하고, 개선안은 밤에 만들었다. 모르는 부분은 주위 선배들이 귀찮아 할 정도로 묻고 또 물어가며 해결해 나갔다. 최 씨는 “나중에 ‘수고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약속을 지키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어기지 않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최 씨의 업무는 사내 복지, 학자금 지원, 노사 관련 업무 등 다른 직원들을 뒷바라지하는 역할이다. 최 씨는 “인사팀의 고객은 사원이고, 내가 고생함으로써 다른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업무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 선배 사진·이름 목록 만들어 외워

물류기업인 한솔CSN 운영지원팀에서 근무하는 김 씨는 동료들과 누구보다 빨리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인턴 시절 직장 내 교육훈련(OJT)으로 지방의 물류센터에 갈 때마다 선배들의 사진과 이름을 프린트해서 명찰 뒤에 붙이고 다니며 외웠다. 한 번 만난 선배는 특징을 메모해서 들고 다니며 수시로 들여다봤다. 김 씨는 “그냥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것보다 이름을 같이 부르면 훨씬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만나는 분들의 이름을 외우려고 노력했다”며 “선배들과 친해지면 회사에 적응하기도 훨씬 편하고 사소한 정보들도 하나라도 더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선배들과 빨리 친해지게 된 덕분에 김 씨는 몰랐으면 신청하지 못했을 교통비 보조금도 챙길 수 있었다. 한솔CSN은 집이 지방인 직원들에게 교통비 보조금을 지급한다. 또 노사위원 선배들에게는 서울에는 없는 여자기숙사를 만들어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김 씨의 붙임성은 인턴 평가과정에서도 빛을 발했다. 인턴 마지막 단계로 진행된 팀별 프로젝트에서 김 씨는 새로운 시장 진출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임무를 맡았다. 투입되는 비용이나 기대수익을 계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김 씨는 지방의 물류센터에서 친해진 선배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실제 업무에서 사용되는 단가 구조를 선배들에게 일일이 물어가며 수익성을 계산했다. 당시 평가를 했던 임원들이 “비용 산출이 어려웠을 텐데 정확하게 구하려는 노력이 가상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김 씨는 여자라는 핑계로 험한 일을 피하지도 않았다. 물류센터 현장에서는 박스를 나르고, 포장을 뜯고, 물건을 내리는 일이 많은데, 옷에 먼지를 잔뜩 묻혀가면서도 웃으며 일했다. 김 씨는 “주위에서 보면 인턴을 하면서 여러 고민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나중에 다른 회사를 가는 한이 있더라도 밝고 긍정적인 자세로 하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 한솔그룹 인턴십 과정은 ▼


한솔그룹의 인턴십 과정은 국내외 대학교 4학년 및 대학원 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5월 실시된다. 이력서 및 에세이 제출, 그룹 공통역량 면접, 실무면접, 임원 최종 면접 등을 통해 선발된다.

한솔그룹 인턴십 프로그램의 가장 큰 목적은 인턴십 지원자가 원하는 조직과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을 서로 조율해 최상의 조합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한솔그룹은 향후 실제 근무할 역량과 의지가 있는 정규직 사원을 채용하려는 목적으로 인턴십을 운영하기 때문에 선발과정이 정규직 채용과 동일하다.

인턴 채용자들은 과정 중 충실하게 근무하면 인턴십 평가만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인턴십 과정 중에는 정규 직원의 70% 수준의 임금을 받으며, 4대 보험 등 복리후생은 정규직 사원과 똑같이 제공된다.


■ 인사담당자가 말하는 인턴십

▽좋은 예: 내 회사라고 생각하는 인턴


‘인턴을 하게 되는 자리가 내가 취업할 자리가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작은 일부터 내 일처럼 열심히 하는 인턴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남들은 사소한 일이라 생각했던 복리후생 프로세스 효율화 아이디어를 냈던 지원자는 인턴 후 그 성과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기도 했다. 이 자리가 내 능력을 발휘할 곳이라는 생각을 갖는 인턴이 앞으로 좋은 사원이 될 수 있다.

▽나쁜 예: 조건만 따지는 인턴


자신의 약점과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주변 상황이나 조건을 먼저 탓하는 인턴은 결코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없다. 이런 인턴은 스스로의 갈등으로 중간에 낙오하는 사례가 많다. 이왕에 경험하는 인턴이라면 소중한 시간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잘 활용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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