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지역의 민주화 열풍을 보면서 중국 정부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개혁개방 정책을 수용한 이후 정부의 재정수입 증가 속도가 경제성장률을 초과하게 됐고, 개혁개방의 최대 수혜자는 노동자가 아니라 정부라는 인식이 중국 인민들에게 확산돼 왔기 때문이다. 전환점은 이번 달 14일까지 이어지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 이번 전국인대를 통해 2011∼2015년 개발 계획인 12·5규획의 세부 내용을 확정지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12·5규획의 초안을 통해 ‘균형과 효율’을 목표로 잡았다. 북아프리카의 교훈을 통해 중국 정부는 이 목표를 좀 더 분명하게 강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균형정책으로는 초고속철도 건설과 2차 서부대개발 사업을 통한 지역불균형의 해소, 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불균형의 해소가 추진될 예정이다. 보통은 5월 노동절 즈음에 임금 인상 계획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는 이미 6개 도시가 인상 계획을 발표할 정도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임금 인상이 빨라지면 중산층의 소비 여건이 개선돼 ‘대중적 소비’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가 소비재보다는 대중적 소비재인 의류, 화장품, 여행, 휴대전화 등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자동화 설비 증가도 예상된다. 노동 비용 증가에 대비해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공장자동화 설비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효율정책으로는 에너지 효율 제고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에너지 절약형 자동차 구매 시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하이브리드차는 5만 위안, 전기차는 6만 위안이다. 차 한 대당 보조금이 1000만 원 안팎의 파격적인 규모여서 정부의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 목표 달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중국은 차세대 재생 에너지로 태양광과 풍력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특히 태양광은 전력 공급이 열악한 시짱(西藏), 칭하이(靑海), 네이멍구(內蒙古)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발전단지 시설을 육성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주로 가정용 태양광 발전을 장려했던 중국 정부는 앞으로 대용량 발전설비 건설을 집중 장려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입장에서 중국 수혜를 감안할 때는 풍력보다는 태양광 쪽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2∼3년 전부터 풍력 산업 투자를 장려해온 결과 2010년에 전 세계에서 가장 풍력발전 설비 용량이 많은 국가가 되었다. 이처럼 중국의 설비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한국의 풍력발전 관련 제품 수출이 2년째 하락하고 있다. 반면 태양광의 경우는 중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폴리실리콘이나 발전시스템 부품 부문에서 한국이 유리할 수 있다. 중국의 정책 방향성 변화로 인한 투자 모멘텀을 기대해볼 수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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