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매각승인 연기땐 국익에 악영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4일 03시 00분


■ 외환은행 매각 금주가 ‘고비’

하나금융지주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문제를 놓고 금융 당국이 딜레마에 빠졌다. 11일 나온 대법원 판결 이후 외환은행의 최대 주주인 론스타가 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대주주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6일로 예정됐던 금융위원회의 승인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원하는 대로 승인을 해줄 경우 ‘론스타의 은행 소유는 무효’라는 반대 여론이 거슬린다. 그렇다고 승인을 늦추자니 금융 당국의 신뢰도가 추락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익(國益)까지 해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게다가 매각이 무산될 경우 하나금융은 막대한 피해를 보는 반면 론스타는 오히려 이익을 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 김석동 금융위원장이다. 평소 ‘속전속결’을 강조해온 김 위원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고민에 빠진 금융당국


금융위는 11일 간담회를 열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안건과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 안건을 16일 정례회의에 올릴 것인지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 때문에 결론을 낼 수 없었다”며 “상정 여부는 정례회의 전날인 15일에야 정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유회원 전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 외환은행, 론스타의 주가 조작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면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돌발 변수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관건은 ‘최근 5년간 금융범죄로 처벌받을 경우 은행 대주주로서 자격이 없다’는 은행법 조항을 적용할지다.

만약 금융위가 자회사 편입 안건을 승인한 뒤 론스타가 고법에서 유죄를 받으면 하나금융은 대주주 자격이 없는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사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금융노조는 “금융위원회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고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절차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판단 보류’가 더 큰 문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과 외환은행 매각은 관련이 없는 것”이라며 “승인이 미뤄지면 미뤄지는 대로 악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대주주 적격성 문제는 은행법, 외환은행 인수 문제는 금융지주회사법의 적용을 각각 받는다고 강조해왔다.
▼ 매각 무산되면 대외 신인도 추락 ▼

실제로 승인이 늦어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하나금융에 돌아간다. 금융 당국의 승인이 미뤄져 외환은행 인수대금 지급이 4월 이후로 넘어가면 하나금융은 론스타에 매달 329억 원씩 지연보상금을 줘야 한다. 5월 말 이후에는 하나금융과 론스타 중 어느 한쪽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되는 상황이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자금을 조달하면서 모은 투자자를 일시에 잃게 된다. 주주와 고객의 신뢰도가 떨어져 주가 하락도 예상된다. 불똥은 금융 당국으로도 튈 수 있다. 론스타는 2006년 6월 국민은행, 2007년 9월 영국계 글로벌 금융회사인 HSBC와 각각 외환은행 매각 계약을 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에 세 번째 매각 시도에서 금융 당국의 판단 보류로 무산된다면 한미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의 투자환경에 대한 대외 신인도까지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 론스타에 더 유리한 상황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에 실패하더라도 손해볼 게 별로 없다. 고법에서 다시 재판을 받더라도 무죄 추정의 원칙상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적법한 대주주로서 외환은행에 대한 경영권을 계속 행사할 수 있다. 고법에서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위헌소송을 통해 법률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에선 최소 3년 정도의 법률 공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환은행의 배당 성향을 감안할 때 론스타는 3년간 9000억 원가량의 배당금을 추가로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정부의 신인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론스타는 더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위헌소송에서도 론스타의 승소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률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유회원 전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의 유죄를 이유로 고용주인 론스타에 무조건적인 책임을 함께 묻는 ‘양벌규정’이 적용됐다”며 “양벌규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헌법재판소의 판례가 여럿 있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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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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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3-14 08:51:38

    한미관계가 우려된다고 해서 범죄자 론스타에 돈 쥐어서 도망가도록 방관해야 한다는 것이 주장이십니까? 과연 그것이 G20에 걸맞는 국격이신지요. 진정한 시장 질서와 대한민국의 국격은 법죄자 론스타를 처벌하여 공정한 시장질서를 구현하는 그 순간부터 가능한 것입니다.

  • 2011-03-14 08:49:37

    누구를 위한 금융당국인지...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하나금융의 자회사 노릇을 해야만 하는지? 처음부터 론스타는 대주주자격이 없음이 확실한데, 주가조작 유죄판결에 의한 대주주 자격을 운운하다니... 참으로 어이 없을 따름이다. 하나금융의 무리한 인수가 하나금융의 주가하락 및 파산을 자초하고 있음인데...이를 옹호해주는 금융당국의 존재란 무엇인가? 국민들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금융당국의 횡포, 현정권의 봉사노릇은 그만해하.

  • 2011-03-14 08:42:19

    기자님은 한국인이 아니시지요.. 떼강도가 한집안을 박살내었는데 그 강도와 강도가족들의 안녕을 위해 죄를 묻지 말아야 한다...무엇이 국익이고 어떤 판단이 국격에 대해 정말 도움이 되는지 더 공부하십시오... 일제시대 친일파 같이 행동하지 마시고 국가기강을 세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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