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항공, 여행업계와 일본에서 들여오는 부품소재를 많이 사용하는 산업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각 업계는 분석했다. KOTRA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으로부터의 부품소재 수입은 381억 달러로, 전체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액이 많은 업종은 전자부품(68억 달러), 석유화학(46억 달러), 정밀화학(45억 달러), 산업용 전자제품(30억 달러) 등의 순이었다. ○ 항공
항공업계는 수익성이 좋은 일본 노선의 수요가 감소해 상당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 및 한국으로의 관광수요가 크게 줄어들어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노선은 국내 항공사 매출의 15∼20%를 차지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본 노선의 비중이 큰 국내 항공사 구조상 손해가 불가피하다”며 “관광 등 항공수요가 빨리 회복돼야 국내 항공업계의 손실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반도체와 전자
일본 도시바 등은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강점을 지닌 D램과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기업이다. 국내 업계는 최근 공급과잉으로 메모리 반도체 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고통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전자가 시장점유율 37.5%로 1위, 도시바가 35.5%로 불과 2%포인트 격차로 바짝 뒤쫓고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의 최대 라이벌인 도시바의 생산 차질이 삼성전자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자업계의 경우 일본 나리타와 하네다 공항의 운영이 정상화됐지만 각 부품회사에서 공항까지 가는 육로 물류가 지진의 타격을 입어 당분간 부품 수급에 차질이 예상된다. ○ 자동차와 철강
이번에 타격을 입은 도요타, 닛산, 혼다 등의 주력 생산모델은 소형차다. 관련 부품회사도 가동이 중단돼 당분간 일본 소형차의 생산 중단기간이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자동차 업계는 일본 내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폐쇄적 구매정책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닛산과 미쓰비시 등이 구매 다변화 정책을 꾀하면서 현대모비스와 만도 등 한국 부품회사들을 주목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단기적으로 국제가격이 올라 국내 철강업체들이 가격을 올리기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한국 철강업의 설비 신증설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시장에서 한국 철강재 시장점유율도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 석유화학
일본은 석유화학 분야의 주요 생산국으로 국제적으로 우리 기업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품목이 많다. 현재 일본은 여러 곳에서 가동이 중단되고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겨 상당수 생산시설의 가동이 힘든 상황으로 파악된다. 폴리에틸렌, 합성수지, 합성섬유, 합성고무 등 석유화학 분야에서 일본 기업들의 생산량이 줄어든다면 국제 가격의 상승을 가져올 수 있다. ○ 정유
이번 지진으로 상당수 일본 정유시설이 가동을 중단함에 따라 국내 ‘빅3’ 정유사인 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업계가 단기적인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JX니폰오일앤드에너지’는 아시아 최대 PX(파라자일렌) 공급회사로 국제시장에 PX 제품을 공급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정유공장 수 자체가 적고 공장당 생산량이 10만∼20만 배럴에 불과하지만, 국내 정유업계는 지속적인 투자로 대규모 생산설비를 갖춰 충분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상황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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