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객장에 있다 보면 이런 얘기들이 종종 들려온다. ‘어업주를 샀는데 황금어장이 아니더라, 광업주에 투자했는데 금이 안 나오더라, 음식료업종을 샀는데 먹을 것이 없더라, 시멘트주를 사도 돈이 굳지 않더라, 건설주는 전혀 건설적이지 못하더라’는 등 투자자들의 한숨 소리만 들릴 때가 있다. 원래 주식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가면 일부 핵심주를 제외하고는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떨어지기 마련이다. 거래량도 줄면서 적은 매도 물량에도 주가가 맥없이 하락한다. 주식을 싸게 팔려는 투자자는 많지만 매수자들은 좀 더 기다리자며 느긋한 편이다.
그런데 백화점으로 가보면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진다. 평소보다 훨씬 싸게 파는 ‘바겐세일’ 기간에는 수많은 사람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며 인근 교통에도 영향을 준다. 현명한 소비자들은 같은 물건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할인 기간을 이용해 필요한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은 바람직한 소비행태라고 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도 바겐세일 기간이 있다. 바로 주가가 꾸준히 오르는 상승 국면에서도 주식 값이 크게 내려가는 때이다. 일시적으로 증시 주변 자금사정이 좋지 않거나, 이익실현 물량이 쏟아지며 수급 불균형이 생기거나 돌발적인 장외악재가 등장할 때 평소 주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많은 물량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객장에 몰려들어 싼 주식을 매입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보유 주식을 팔지 못해 노심초사하는 경우가 더 많다.
반면 주식시장이 과열권에 접어들며 주식 값이 크게 오르면 투자자들이 객장을 꽉 메우기 시작한다. 평소보다 주식 값이 훨씬 비싸졌음에도 어떤 주식을 살지 고민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인판매 기간’에 백화점과 주식시장의 구매(투자) 행동은 정반대로 나타난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는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투자심리를 분석해 보면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다. ‘주식투자는 심리전쟁’이라는 말이 있듯이 투자자들의 심리 변화가 매매행태에 큰 영향을 주는 게 사실이다. 특히 변동성이 극심한 장에서는 주가가 오르면 쫓아 사고 싶고, 주가가 떨어지면 자신도 따라서 팔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주가의 움직임은 대다수 일반 투자자의 심리와는 반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객장이 썰렁할 때 오히려 유망 종목을 찾아보고, 반대로 객장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빌 때 보유 주식을 팔아 이익을 실현하는 냉철함이 주식투자에 성공하는 비법이다.
유럽 증권업계에서 투자의 달인으로 불렸던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주식시장의 90%가 심리학으로 이루어졌으며 대중심리만 계산할 수 있다면 최고의 무기를 가진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그는 “단위면적당 바보가 가장 많은 곳이 증권사 객장”이라며 “대부분의 투자자는 매매 타이밍을 잘못 잡는다”고 지적한다. 아마추어 투자자나 펀드매니저나 할 것 없이 비쌀 때 사서 쌀 때 파는 일을 수없이 반복한다는 것. 그의 주장에 따르면 ‘주식시세=돈+심리’이며,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타이밍 전략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또 ‘팔자’가 대세일 때 ‘사자’는 외롭지만 결국 효과적이고, 일단 매입했다면 그 다음은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백화점들은 광고를 해 미리 고객들에게 바겐세일 기간을 알린다. 현명한 소비자들은 그때를 기다려 평소 생각했던 명품을 싸게 사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싸다는 이유로 충동구매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바겐세일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시장이 과열될 때 차분히 기다린 투자자에게는 주식시장 바겐세일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다만 아무 주식이나 마구 사서는 안 된다. 충동구매로 필요 없는 물건을 샀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것처럼 주식도 싸다는 이유만으로 사들였다가는 후회막급인 경우가 많다. 평소 눈여겨보던 우량주가 수급 불균형으로 주가가 크게 떨어진 틈을 노려 매입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소위 ‘명품’ 주식은 바겐세일 기간이 끝나면 곧 제자리를 찾아 올라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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