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내 불확실성이 모습을 달리하며 나타나고 있다. 주말을 기점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분노의 날’ 시위 무산과 유럽연합(EU) 특별정상회의에서 합의점 도출로 일부 불확실성은 해소됐으나 11일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이 글로벌 금융시장 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우선 중동 지역의 정정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 우려는 사우디의 반정부 시위가 무산되면서 단기적인 충격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리비아의 원유 생산 차질에 맞선 증산 의지를 재차 확고히 했다. 그뿐만 아니라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의 주요 산유국이 자발적인 증산 의지를 밝혔고, 과거와 달리 글로벌 원유시장 내 OPEC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진 상황에서 미국의 전략 비축유 방출 등은 공급 차질 해소에 유효하게 작용할 것이다. 또한 최근의 유가 상승에 일조한 글로벌 투기자금이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따라 원유시장에서 이탈할 경우 유가 안정화는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그동안 난항을 겪던 유럽재정안정기금의 초기 대출 여력 증가와 기능 확대 그리고 그리스 구제금융 조건 완화 등에 대한 합의점 도출에 성공했다. 따라서 최근 스페인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재차 부각된 남유럽 재정위기 우려는 앞으로 글로벌 증시 내에서 과거와 같은 파급력을 갖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새롭게 떠오른 일본 대지진의 변수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관건이다. 지진 발생 보도 직후 엔화는 강세로 돌아섰고, 미국시장도 향후 피해 복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가 우려보다 크게 작용했다. 과거 유사한 재해사고 발생 시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이었다. 1995년 한신 대지진 발생 때도 피해 복구를 위한 해외자금 유입으로 엔화는 강세 흐름을 보였고, 활발한 복구 활동의 전개는 1994년 0.9%였던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95년과 96년에 각각 1.9%와 2.6%로 상승시켰다. 당시 국내 증시도 한 달 동안 약 5%의 하락세를 보였으나 이후 재차 반등하는 모습을 나타냈고 업종별로 전기전자, 철강, 운수창고, 운수장비 등은 차별적인 강세 흐름을 지속했다.
다른 국가의 재난을 가지고 이해득실을 논하기는 안타깝지만 이번 일본 지진 피해가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확대되지 않는다면 복구비용 유입에 따른 엔화 강세 흐름과 여진에 따른 일본 내 주요 기업들의 가동 중단 등은 일본 업체들과 상대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들에는 수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철강, 석유화학, 건설기계, 반도체 업종이 해당할 수 있다.
다만 사고의 피해 규모와 진행 정도가 가변적이라는 사실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강진 여파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방사능 유출이 감지되고 있어 일본 대지진과 관련한 추가적인 피해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번 주에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결정이 예정되어 있는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경기 인식과 통화정책 방향에 주목해야 한다. 2월 미국 경기선행지수는 1월 0.1%에서 2월 1.0%로의 상승을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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