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직후 일본에 머물던 많은 한국인이 급히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상당수는 항공권을 예매하지 못하고 공항에서 표를 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돌아온 분들은 평소보다 훨씬 비싼 100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 항공권을 구입해야 했습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가격에 놀라 다른 항공편을 알아보기도 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항공권을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214만 명에 이릅니다. 대부분 몇 달 전부터 계획을 짜 항공권을 예매하고 계획에 따라 움직입니다. 비수기에 시즈오카나 후쿠오카 등을 오가는 노선을 일찌감치 예매하면 20만 원대에도 왕복 항공권을 살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보통 40만∼50만 원 정도면 일본을 오갈 수 있습니다. 왕복도 아니고 편도에 100만 원 이상 지불한 분들이라면 ‘이 와중에 항공사들이 돈벌이를 하나’란 생각을 할 법도 합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대부분의 상품이 시간과 장소에 따라 값이 달라지지만 항공료만큼 차이가 심한 상품도 드뭅니다. 비행기표 중에서 가장 비싼 것은 공항에서 사는 표입니다. 혹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비행시간에 늦었던 분들이라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표를 산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항공사들은 모든 항공사에 똑같이 적용되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정상가격을 최대치로 정한 뒤 탄력적으로 운임을 결정합니다. 당일 출발하는 항공권을 공항에서 살 때는 가장 비싼 정상가격이 적용됩니다. 여기서 유효기간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왕복인지 편도인지, 프로모션 기간인지 아닌지 등에 따라 가격이 할인됩니다. 예컨대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김포로 오는 대한항공 항공권을 편도로 구입하면 9만4200엔(약 129만 원)입니다. 왕복 항공권은 12만6000엔으로 편도 두 번보다 훨씬 쌉니다.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들은 여건만 된다면 ‘가격 차별화’를 하려고 합니다. 항공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격에 민감해 서둘러 예약하고 비수기에 맞춰 왕복으로 항공권을 사는 고객에겐 싼값을, 그렇지 않은 손님에겐 비싼 값을 매기는 것입니다. 이번 사태로 급히 귀국하는 분들은 절박한 사정 때문에 높은 가격에도 항공권을 살 의사가 있다고 판단한 거죠. 한 항공사 관계자는 “이 같은 요금정책은 민간기업으론 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은 13일부터 한시적으로 하네다 공항과 나리타 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분들에게 정상가격에서 50% 할인된 특별가격으로 편도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가격에 민감하지만 절박한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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