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외환은행 매각관련 ‘대주주 적격성’이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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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공공성 강해 대주주 자격 엄격심사

Q.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대주주 적격성’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무슨 뜻인지 궁금합니다. 》
지난해 11월 말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막대한 이익을 가져갈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으로는 론스타가 과연 외환은행 대주주로서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은행은 일반 사기업과 달리 대주주가 될 수 있는 자격 요건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은행은 국민들이 맡긴 돈으로 장사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공공성이 강할 뿐만 아니라 은행의 대주주가 잘못된 경영을 하게 되면 우리나라 전체 금융시장과 국민들에게 끼치는 피해가 매우 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은행의 대주주를 결정할 때는 산업자본인지 금융자본인지에서부터 대주주가 최근 금융 관련 법을 위반한 적이 있는지까지 철저하게 따지게 됩니다.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논란은 2003년 8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론스타는 총 1조 원이 넘는 돈을 내고 외환은행의 지분 51%와 경영권을 확보했습니다. 이때부터 론스타가 과연 금융자본이 맞느냐는 문제 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우리나라 은행법에서는 금산분리(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결합 제한) 원칙에 따라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만약 론스타가 가진 비금융회사(산업자본)의 자본이 전체 자본의 25%를 넘거나 그 총액이 2조 원 이상이라면 산업자본으로 분류되고 이에 따라 은행 지분을 9% 초과해 가질 수 없어 외환은행 매각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논란이 계속된 끝에 금융당국은 2007년 7월 론스타 측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과연 산업자본에 해당하는지 심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론스타가 산업자본이었다는 결과가 나오면 론스타는 보유 지분 51.02% 가운데 9%를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고 결국 대주주로서 자격도 잃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금융당국도 애초에 은행 소유 자격이 없는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팔아 넘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는 거죠.

원래 은행법에서는 대주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판단이 설 경우에는 6개월 안에 심사를 할 수 있다고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시민단체 등의 심사 요구에도 “심사를 계속 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3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결과 발표를 미루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에 대한 또 다른 논란이 더해졌습니다. 10일 대법원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난 뒤 외환카드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만약 최종적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이 또다시 문제가 됩니다. 은행법 시행령에 따라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을 어긴 사람은 한도초과보유주주(대주주)가 될 수 없습니다.

또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론스타 대주주 자격이 더욱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금융위원회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절차를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위는 당초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와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서로 연관돼 있지 않은 문제”라는 태도를 보여왔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로 한발 물러선 채 승인 결정을 고심 중입니다. 만약 금융위가 법원의 최종 판결 이전에 외환은행 인수를 결정해주면 하나금융은 결국 대주주도 아닌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사는 꼴이 되는 겁니다. 이에 앞으로도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여부는 계속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은행뿐만 아니라 최근 잇따른 영업정지로 논란이 되고 있는 저축은행 대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도 이뤄집니다. 지난해 저축은행법과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올해 6월부터 저축은행 대주주는 법이 정한 자격 요건에 따라 심사를 받게 됩니다. 금융관계 법령 등의 위반으로 10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은 사실이 있으면 안 됩니다. 이 경우를 포함해 대주주 자격이 없다고 판정되면 6개월의 시정명령 기간과 함께 의결권 행사 정지, 주식처분 명령 등을 할 수 있습니다. 대주주에 대한 심사가 더욱 강화되면 그동안 문제가 됐던 저축은행의 부실 경영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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