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이 히트상품인 ‘프랭클린템플턴 포커스 펀드’의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소수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압축펀드’ 형태의 이 상품은 지난해 국내 일반 주식형 펀드 중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8년 9월 말에 만들어져 지난해 49.2%, 2009년 초부터 따지면 142.7%의 수익을 거뒀다. 2년 수익률이 코스피지수 상승률(82.4%)의 1.7배다. 고수익률이 알려지면서 한달에 700억∼800억 원의 신규자금이 몰려들어 전체 설정액이 5000억 원에 이르렀다. 급격히 덩치를 키우며 성장하는 펀드 판매를 중단한 이유는 무엇일까.
프랭클린템플턴 측에서는 펀드가 너무 커질 경우 고객에게 약속했던 운용원칙을 지키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상장사의 자산, 이익 규모, 미래 사업계획 등 이른바 ‘내재 가치’를 꼼꼼히 따져 저평가돼 있는 주식들을 사들이겠다는 당초 운용원칙이 펀드 규모가 커지게 되면 왜곡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해창 프랭클린템플턴 부장은 “압축 펀드의 특성상 운용액이 4000억∼5000억 원이 넘어가면 종목 선택 효과가 제한되기 시작하고 거래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며 “투자자들이 기대한 수익률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판매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충분한 종목 선택 효과를 누리고 펀드를 기민하게 운용하기 위해서는 각 펀드의 운용 특성에 맞는 적정한 규모가 있기 마련이다. 프랭클린템플턴의 사례가 눈에 띄는 이유는 국내에서 운용 중인 펀드 상품 중 이처럼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는 시점에서 판매를 잠정 중단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 초기 수익률 호조, 금융회사의 마케팅 등에 힘입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면서 설정액이 수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펀드로 성장한 사례는 많다.
이상 징후는 펀드의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을 초과해 계속 덩치를 불려 나갈 때 생긴다. 이 부장은 “펀드 규모가 비대해지면 꾸준한 성과를 내기 힘들다”며 “시장에는 늘 부침이 있을 수 있고 포트폴리오가 예상과 다를 수 있는데, 규모가 일정 규모 이상 커지면 대응하기 쉽지 않고 부진에 빠지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피해를 보는 것은 높은 수익률만 보고 뒤늦게 가입한 투자자들이다.
사실 이처럼 무분별한 쏠림 및 과열 현상은 대형 펀드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최근 증권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랩 상품은 압축펀드보다 훨씬 적은 종목에 집중 투자해 수익극대화에 주력하는 반면 주가 하락 시 손해를 볼 위험이 높다. 대형 인기펀드에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들이 부진한 수익률로 피해를 입은 것처럼, 쏠림 현상으로 비대해진 랩 상품 역시 같은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은 아닌지 경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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