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3년 평균 수익률 -36%→ 올 초 7%··· 러시아 펀드, 백조로 비상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7일 03시 00분



《지난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자금몰이를 했던 신흥국 투자 펀드가 올해는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줄줄이 추락하고 있다. 14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1일 기준 신흥아시아 펀드 115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53%로 해외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인 ―0.72%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아시아 펀드는 작년 지역별 펀드 중 최고 수익률을 내면서 승승장구했지만 올해는 인플레이션이라는 복병을 만나며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신흥국 펀드들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이 러시아 펀드의 선전이다. 러시아 펀드는 연초 이후 7.33%의 수익률을 거두면서 전체 해외주식형 펀드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 중에서도 뚜렷한 수익을 내지 못해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던 러시아 펀드가 올 들어 유가 고공행진 등에 힘입어 군계일학으로 부상하고 있다.》
○ 골칫덩이 러시아 펀드, 올 들어 수익률 고공행진


약진하는 신흥 경제 4국을 일컫는 ‘브릭스’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개발한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은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항의 중 하나가 “브릭스에서 러시아 펀드를 빼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대로 러시아 펀드는 신흥국 투자자들에게는 골칫덩이였다. 현재 러시아 펀드들의 3년 평균 수익률은 ―36.97%로 전체 해외 펀드 중 가장 저조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그간의 부진을 짐작게 하는 수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러시아 펀드는 신흥국 펀드 중에서도 돋보이는 수익을 거두고 있다. 올해 들어 경기회복세, 증시 저평가 매력 등으로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미국, 유럽 관련 펀드들보다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이후 북미 펀드가 5.48%, 유럽 펀드가 2.78% 등인 데 비해 러시아 펀드는 이들을 훨씬 웃도는 7.33%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것.

개별 펀드들의 성적도 우수한 편이다. ‘신한BNPP더드림러시아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종류A)’의 6개월 수익률은 27.43%에 이르며, 1년 수익률 역시 29.60%로 양호하다. ‘미래에셋러시아업종대표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종류C-2’는 6개월 수익률이 30%를 웃돌며 ‘하이러시아플러스증권자투자신탁 1[주식]C 1’ 역시 6개월, 1년 수익률이 모두 25%대를 유지하고 있다.

○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혜택, 증시 호조 이어질 듯


러시아 펀드가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최근의 중동발 악재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러시아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리비아 사태로 원유가격이 급등하면서 고유가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덕분에 자원 강국 러시아 펀드가 덩달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 지난해 말 1,600 선이던 러시아 증시는 최근 1,950 선까지 파죽지세로 상승 중이다.

러시아 증시 호조를 이끄는 기본 동력은 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다. 경기 회복세에 따른 수요 증가와 함께 이집트 사태 확산에 따른 불안심리가 더해지면서 두바이유는 100달러를 돌파했다. 러시아 증시는 상장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에너지 관련 기업이어서 국제 유가 변동이 증시 등락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다른 신흥국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것도 러시아의 강점이다. 러시아라고 해서 긴축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며 하반기 이후 금리 인상 가능성도 꾸준히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2009년 9월까지 두 자릿수대 인플레이션을 겪다가 지난해 물가를 한 자릿수대로 묶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물가가 조금씩 오르고 있지만 중국과 인도 등 다른 이머징 국가에 비하면 통화정책에서 상당히 여유가 있는 편이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4.0%)보다 높은 4.3%로 전망된다.

김용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저평가 매력에 유가 상승 수혜 등으로 러시아 펀드로 글로벌 투자자금 유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으로 단기 조정이 있을 수는 있으나 상승 모멘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의회 선거에 이어 내년 초로 예정된 대선 등 정치적 변수는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선심성 정책 남발이 재정지출 확대와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가의 심한 가격 변동성이 에너지 관련 기업 비중이 큰 러시아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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