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성을 인정해주고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회사, 인턴에게 이보다 좋은 조직이 있을까요?” 라이나생명에서 인턴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정규직으로 입사한 3명의 신입사원은 언뜻 보기에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는 듯이 보였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이승훈 씨(29)는 텔레마케터 매니저, 통계를 전공한 이효선 씨(26·여)는 상품 개발, 디자인을 전공한 전우리 씨(27·여)는 제휴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인턴 체험기와 그 후의 정식 직원 생활을 들어보니 라이나생명의 유연한 인사 시스템에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 라이나생명의 인턴은 틀에 박힌 선발 방식이나 기간, 정규직 전환 기준 등이 없다. 부서마다 인력이 필요할 때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인턴을 뽑고, 정직원에 맞먹는 실무를 시킨 뒤 성과가 좋으면 정직원으로 뽑아 함께 일하는 시스템이다.
라이나생명에서 7개월간 인턴을 한 뒤 지난해 1월 정직원이 된 이승훈 씨는 당초 대학원에 진학해 인사 분야를 깊이 공부할 생각이었다. ‘대학원에 가기 전에 실무를 경험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학교 취업사이트에서 라이나생명의 인사 분야 인턴 공고를 보고 지원서를 냈다. 그는 인턴 기간에 임금과 수당 지급, 채용공고, 면접 준비 등 인사 관련 업무를 두루 겪어볼 수 있었다. 이 씨는 “인턴을 하면서 라이나생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조직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이 회사의 임원이 되겠다는 꿈이 생겼다”며 “임원이 되려면 영업조직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정직원이 될 때 텔레마케터를 선발하고 교육하는 현 업무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전 씨는 친구들이 주로 디자인 분야로 진출했지만 다른 뜻을 품었다. 제품 디자인, 편집기자 등 다양한 인턴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디자인 자체가 아니라 디자인을 접목해볼 수 있는 분야를 폭넓게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보험회사에서도 디자인이 중요할 것이라는 판단에 지난해 5월 지원한 라이나생명 인턴 생활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전 씨는 “인턴 첫날 ‘인턴이라고 생각하고 일하면 안 된다. 너와 내가 서로 믿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하신 부서장님의 말씀에 모든 업무에 디자인을 응용해 제대로 일해야겠다는 의욕이 솟았다”고 말했다. 제휴사마다 각자 다른 형식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데이터베이스를 구분하고 정리하는 일은 숙련된 정직원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선배들이 계속 일을 가르쳐 주고, 한 가지 일을 끝내면 곧바로 피드백을 해줬기 때문에 빨리 업무를 익힐 수 있었다. 회사는 전 씨에게 정식 업무 담당자라는 명함을 만들어주고 외부 협력업체들에도 담당자로 소개했다. 전 씨는 “다른 곳에서 인턴을 할 때는 ‘시한부로 일하다 나간다’는 마음가짐이었는데 여기서는 계속 잘해 나갈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고 말했다.
사회인 선배들의 소개로 2009년 4월 라이나생명 상품개발팀에 지원한 이효선 씨는 인턴으로 출근하자마자 주어진 프로젝트에 놀랐다. ‘초짜’인 이 씨에게 ‘2010년 1분기에 출시할 수 있는 보험상품을 만들어보라’는 숙제가 떨어진 것. 이 씨는 “보험회사에서 상품 개발은 적어도 과장급 이상이 돼야 할 수 있는 일인데 인턴에게 이런 일을 시키니 내가 중요한 존재로 여겨졌다. 그래서 야근 수당도 나오지 않는 인턴이지만 밤마다 회사에 남아 열심히 연구했다”며 웃었다. 그의 노력은 빛을 발해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는 평가가 돌아왔다. 비록 보험 관련 규제라는 걸림돌을 만나 실제 상품화는 되지 않았지만.
3명의 공통점은 인턴 활동을 열정적으로 해내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당연히 회사는 이들을 ‘정직원으로 선택’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라이나생명을 ‘정식 직장으로 선택’한 이유는 뭘까? 원하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북돋워 주는 조직문화를 꼽았다. 이효선 씨는 “회사 내부에 교육 프로그램이 많을 뿐 아니라 외부에서 듣고 싶은 교육이 있다고 신청하면 비용, 시간을 아끼지 않고 투자해준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턴을 통해 취업을 하려는 후배들에게 각자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해주었다. 전 씨는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말라”고 했다. 그는 “내가 디자인이라는 영역에 갇혀 있었다면 이 자리에 서지 못했을 것이다. 전문적인 자격증을 준비하지 않는 이상 취업을 위해서는 획일화된 스펙만 쌓지 말고 가능성을 많이 열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효선 씨는 “겁을 먹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는 “취업난이 하도 심각하다고 하니 ‘내가 감히 여기에 갈 수 있겠어?’라는 생각에 지레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다. 여기저기 도전해보면 나를 원하는 곳이 어딘가에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씨는 ‘방향을 확실하게 잡을 것’을 꼽았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의 방향에 맞춰 일관된 경험을 쌓는 것이 좋다. 특히 면접이나 이력서에 자신의 경험과 장점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포장하는 훈련도 많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라이나생명 인턴십 과정은 ▼
라이나생명은 국내외 대학 4학년, 대학원생(휴학생 포함)을 대상으로 인턴을 수시 모집한다. 이력서와 에세이, 실무면접과 임원 최종면접을 통해 선발한다. 라이나생명은 각 부서에서 인력이 필요할 때 인턴사원을 모집하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전문적인 실무 경험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다.
인턴십 기간에는 직무에 따라 목표가 설정되며 이를 기준으로 성과와 역량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 평가 기준은 부서마다 다르다. 부서 특성에 따라 직무에 대한 지식 및 이해도 테스트, 팀장 보고 프레젠테이션 등 다양한 방식이 쓰인다. 인턴은 스스로 작성한 ‘인턴십 에세이’를 제출하고 성과 및 에세이 평가를 통해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인턴에게는 지원금, 점심식사비, 보조 및 교통수당, 4대보험이 제공된다. ■ 인사담당자가 말하는 인턴십
▽좋은 예: 기본 소양을 갖춘 인턴
기본을 지키면 좋은 평가를 받는다. 출근시간을 잘 지키는 성실함, 웃으면서 인사하는 기본예절, 사소한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책임감 등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소양이다. 다양한 방면에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일하는 인턴도 좋다. 실제로 본인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한 인턴이 다른 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정규직으로 채용된 사례가 있다.
▽나쁜 예: 딱 인턴만큼만 하는 인턴
라이나생명은 인턴 입사 후 정규직 전환의 기회가 있기 때문에 인턴을 채용할 때부터 업무에 대한 자세를 많이 본다. ‘인턴이기 때문에 권한 및 업무 범위에 제한이 있다’고 본인의 역할을 스스로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단지 스펙 관리 차원에서 이력서 한 줄을 늘리고자 지원하는 것도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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