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을 지켜보고 있는 투자자들은 혼란스럽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각국 증시가 폭락과 반등을 반복하며 갈팡질팡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일본 증시가 연쇄적인 원자력발전소 외벽 폭발 소식으로 장중 한때 14% 이상 폭락하자 아시아 금융시장도 ‘원전 공포’로 일제히 추락했다. 하지만 16일에는 일본 증시를 비롯해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증시가 반등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방향성 없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그만큼 향후 장세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변동성이 심화된 장세에서 펀드 투자자들은 어떤 전략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 국내 주식형 및 미국 펀드로 대체
동일본 대지진 초기만 해도 많은 전문가들은 지진이 글로벌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증시 역시 단기적인 불확실성과 투자심리 위축으로 조정을 거치겠지만 완만히 회복단계를 밟아 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소 사고라는 대형 악재가 불거지면서 증시 전망은 한층 불투명해졌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 등 원전 상황이 악화되면서 증시 회복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일본 펀드 투자 비중은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1995년 한신 대지진 때도 일본 증시가 제자리를 찾는 데 7개월 이상 걸렸다. 하나대투증권은 최근 펀드투자전략서에서 “일본펀드는 지진 이전에도 엔화 강세, 수출 부진, 높은 정부부채 등으로 비중 축소의 의견이 많았는데, 이번 대지진으로 축소의 필요성이 더 높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일본 증시가 폭락하면서 환매 적기는 지나갔다는 의견도 나온다. 증시는 보통 악재를 선반영해 움직이므로 이후의 낙폭은 그리 크지 않거나 반등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뒤늦게 환매에 나서면 오히려 손해다. 특히 금융위기 이전에 가입해 여전히 손실을 보고 있는 투자자라면 장기적 관점에서 기다리는 게 낫다는 조언이다.
○ 적립식 투자라면 큰 상관없어
일본 펀드를 제외한 다른 펀드의 투자전략은 어떻게 가져가는 게 좋을까. 향후 증시 전개 상황이 불투명해 전문가들도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내 증시가 2,000 선을 넘어서면서 진입을 망설였던 투자자들이라면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역시 대규모 여진이 일어나지 않고 원자력 사고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그렇다는 얘기다.
원전 위험이나 방사성 물질 누출 이슈가 증시에 미친 영향은 전례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상황이 악화되면 투자심리가 공황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저가매수 전략은 오히려 손실만 키울 수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사실상 원자력은 증권업계가 분석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사안”이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사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단계까지는 관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다만 주가 조정을 틈타 신규로 적립식 투자를 시작하는 것은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인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원전 문제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간다면 주식투자 자체가 무의미해지므로 투자전략을 논할 의미가 없다”며 “그런 극한 경우를 제외해놓고 본다면 적립식 투자는 언제 시작해도 별 부담이 없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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