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이 국제 금융시장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이어지면서 과거 지진 발생 때와 다르게 피해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지진의 진원지인 도호쿠 지방이 일본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 정도다. 하지만 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이 야기한 피해가 도쿄 근처 간토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 지역까지 포함할 경우 비중은 GDP의 35%로 크게 높아진다. 한신 대지진 당시 전체 피해 지역의 GDP 비중은 20% 안팎이었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상자만 해도 수만 명에 이르고, 피해 규모가 늘어날 여지도 많아 경제 사회적 충격은 한신 대지진 때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
세계 경제 3위 국가의 재난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크다. 다만 1980년대 세계 교역량 비중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8%였다면 2009년 기준 4% 미만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일본의 내수시장 역시 1995년에는 세계 소비시장 대비 15%였으나 최근에는 9%로 줄어들어 일본 경제 악화의 충격이 과거만큼 직접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가 급등과 같은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지진, 쓰나미, 원전 피해는 당분간 일본 경제 활동을 마비시키고, 직간접적으로 세계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경제 움직임이 2분기 이후 점차 둔화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대지진 이후 엔화는 강세를 보였으나 일본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약세 요인이 더 많다는 판단이다. 엔화 강세는 복구 및 피해 보상 과정에서 일본으로의 자금 회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한신 대지진 이후 엔화가 3개월 만에 17% 절상되었다는 경험도 엔화 강세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에는 엔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한신 대지진 당시는 플라자합의로 인해 일본 통화정책이 팽창정책을 유지하기 힘들었고, 베어링은행의 파산, 1994년 12월 이후 본격화된 멕시코 페소화 위기 같은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산되던 시기였다. 또 미국 긴축정책이 엔화 강세를 방어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으나 1995년 긴축 중단으로 무산되면서 강세가 심화된 측면이 있었다.
일본 정부는 이번에는 외환 및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위기 이후의 복구 과정과 경제적 타격을 고려할 때 일본 경상수지 및 재정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일본 경제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재 상황에서 엔화 강세는 일본 기업들에 더욱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엔화 강세를 막기 위한 일본 정부의 신축적 통화정책이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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