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의 충격으로 일본 증시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이 ‘바이 저팬(Buy Japan)’에 나서고 있다. 대지진 발생 이후 일본 상장지수펀드(ETF)는 물론이고 일본 주식을 직접 사들이는 투자자가 급격히 늘었다. 오랜 경기침체로 투자 매력이 떨어지며 외면받아 온 일본 증시가 최근 급락을 거듭하자 중장기적으로 반등을 노린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로 일본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직접 매매하려는 투자자들의 주문과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평소 일본 주식 거래가 거의 없었던 우리투자증권에서는 14∼17일 투자자들이 3억 원이 넘는 일본 주식을 사들였다.
신한금융투자도 대지진 발생 이전까지 주문이 없다가 14일부터 문의가 급증하면서 사흘 동안 약 2450만 원어치의 거래가 체결됐다. 평소 하루 2000만∼3000만 원어치의 일본 주식 거래가 이뤄지던 키움증권도 지진이 터진 뒤 매수 규모가 하루 2억 원 정도로 10배가량 늘었다. 지난주 수백, 수천 주에 그쳤던 거래량도 16일 12만 주까지 급증했다. 대신증권도 14일부터 이틀간 1억5000만 원의 일본 주식 매수가 이뤄졌다.
주인 키움증권 기획팀장은 “일본 주식은 해외 주식 가운데 거래가 가장 없었는데 이번 주 들어 투자 문의가 하루에 10건 이상씩 들어온다”고 말했다. 조지연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사업부 과장은 “투자자들이 앞으로 지진 피해 복구가 이뤄지면 수혜를 볼 건설과 건설자재 종목 위주로 일본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며 “일본 증시 하락 폭이 더 커지면 매수세가 더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주식뿐만 아니라 국내 증시에 상장된 일본 상장지수펀드(ETF)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일본 ETF는 도쿄 증시의 대형주 100종목으로 구성된 ‘토픽스100 지수’를 추종하는,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 저팬 ETF’가 유일하다. 토픽수 지수가 급락하면서 9000원대를 오가던 이 ETF의 주가도 14일 이후 8000원 선으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지진 발생 이전 1000만 원을 밑돌던 거래금액은 14일 2억8900만 원을 넘어서더니 15일과 16일에는 각각 26억7600만 원, 16억3400만 원으로 급증했다. 개인투자자 외에도 기관투자가들의 매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는 게 운용사 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 투자에 적극 나서는 것은 대지진 여파로 인한 일본 증시 급락세가 일시적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일본 증시가 조정을 거쳐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UBS는 최근 보고서에서 “대지진 발생 이후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등 부정적 영향만 부각되면서 과잉 반응한 매도 세력 때문에 일본 증시가 폭락했다”며 “글로벌 경기회복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오히려 이번 급락으로 일본 증시가 상대적으로 값이 싼 매력이 생겼으며 일본은행(BOJ)의 막대한 유동성 공급이 증시를 부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에서도 헤지펀드 위주로 일본 주식 매수세가 나타나고 있다. 모건스탠리에서 최고 투자전략가로 지내다 현재 헤지펀드 ‘트랙시스 파트너스’를 운용하고 있는 바턴 비그스는 “15일부터 일본 주식 매수에 뛰어들었다”며 “시장 예상보다 일본 경제는 더 탄력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