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호텔 개인정보 노출 “내탓이오” 고개 숙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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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1일 03시 00분


김선미 산업부 기자
김선미 산업부 기자
‘그 사건’이 일어난 지 보름 남짓 지났다. 국내 7개 앰배서더호텔 회원들의 전화번호, 투숙 날짜, e메일 주소 등 개인정보가 구글 사이트에 노출된 일 얘기다.

▶본보 5일자 A10면 참조
앰배서더 호텔 투숙객 정보 샜다


당시 구글코리아와 앰배서더호텔은 서로 ‘네 탓’으로 일관했다. 구글 측은 “검색이 안 되게 막는 조치를 호텔이 안 했다”고 말했다. 호텔 측은 “구글에 삭제를 요청했지만 삭제가 안 됐다”며 “400명의 피해 보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 이후 어떻게 됐을까.

최근 만난 앰배서더호텔 관계자의 말은 마치 고해성사 같았다. 이번에는 ‘다 내 탓’이었다.

“구글 검색이 안 되게 ‘robot.txt’라고 표시해야 하는데, 실무진이 빼먹었어요. 죄송해요.”

―2월 말에 이미 알았다면서요.

“네. 고객 한 분이 항의전화를 해와 알게 됐어요. 그런데 구글은 모든 업무를 e메일로 한다는 원칙이 있어 실무진이 e메일로 노출 사실을 알리고 삭제 방법을 받았어요.”

―그렇다면 왜 삭제가 안 됐나요.

“구글이 보내온 매뉴얼 중 통째로 지우는 방법이 있었는데, 실무진이 잘 몰라 일일이 노출정보를 지우던 중 보도가 됐어요. 죄송해요.”

―피해 인원은 400명이 맞나요.

“아, 죄송해요. 피해 고객은 400명이 아니라 6000명(400쪽 분량)이었어요.”

이번엔 이 업무를 관장하는 행정안전부 관계자의 말을 들어봤다.

“100% 호텔 내부 관리자 소홀이더군요.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을 매길 사안이라 최근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구글의 잘못은 없던가요.

“구글 매뉴얼이 한국어로 돼있긴 하지만 구글 본사가 각국 번역어까지 엄격하게 정해 이해하기 어렵게 돼 있었어요. 결국 구글코리아 기술자가 이번 노출정보를 지웠죠.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구글과 핫라인이 있는 한국인터넷진흥원의 ‘118’에 신고해 주세요.”

기자에게 내내 ‘죄송하다’던 호텔 측은 최초의 항의 고객에게 숙박권, 이후 항의를 강하게 한 고객 두 명에게만 호텔 식사권(3만 원 상당)을 제공했다고 한다.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긴 하는 걸까.

김선미 산업부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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