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마키아벨리 어록’ 등으로 널리 알려진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현실을 도피하고픈 심정에서 무작정 이탈리아로 건너왔고 우연히 마키아벨리를 읽게 됐다. 마키아벨리가 나에게 준 가장 큰 충격은 역사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자기를 변화시키고 그것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끝없이 변화시킬 줄 알아야 한다. 마키아벨리의 이러한 역사인식은 비관에 빠진 나 자신을 일으켜 세웠다.”
시오노 나나미의 말은 주식 투자자들에게도 필요한 조언이다. ‘역사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자기를 변화시키고 그것에 적응해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의 논리는 ‘증시의 상황 변화에 따라 자신의 관점을 변화시키고 그것에 적응해야 한다’로 바꿔 말할 수 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자신의 관점을 바꾸지 않은 채 주식시장의 흐름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가면 조만간 흐름이 바뀔 것이라거나 시장 자체가 왜곡되었다고 핑계를 댄다. 이들은 주식시장의 흐름에 은근히 반감을 갖고 저항을 하거나 현실도피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러한 행동이 결국 자기 자신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주식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큰 변화를 빨리 알아채고 이에 맞춰 자신을 변화시키고 적응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자가 해야 할 일이다. 특히 주가가 장기간 상승하다가 조정 국면에 들어설 때가 중요하다. 아무리 강세 국면이라 하더라도 주가는 수시로 크고 작은 조정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며 만약 증시 주변 환경이 크게 변하면 더 길고 깊은 조정 과정을 겪어야 한다. 신체가 건강한 젊은이도 격한 운동을 한 뒤에는 정리운동을 통해 몸을 풀어줘야 하고 힘이 약한 노약자들은 운동시간보다 휴식시간이 더 길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주가의 움직임은 주식시장에 참여한 수많은 투자자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라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뒤에는 경계심리가 높아지면서 조정 과정을 거친다. 때에 따라 경기 상황, 기업 수익, 증시 수급, 국제정세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조정 기간이 길어지기도 한다. 이런 조정 국면에서는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주식 보유 비중을 줄이면서 현금 비중과 보유 기간을 늘려 잡는 투자전략을 써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런 조정 국면에서 대부분의 일반투자자는 주식 보유 비중이 높은 상태로 있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조정 국면에서는 위험관리를 위해 보유 종목을 줄일 필요가 있다. 대형 우량주를 제외하고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중소형주부터 현금화하는 것이 좋다. 중소형주는 조정 국면에서 조그만 물량에도 낙폭이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중소형주는 어떤 테마가 형성되어 반짝 반등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를 매도 시점으로 잡으면 된다. 반면 대형 우량주는 거의 투매가 나오는 상황에서는 이미 매도 시점을 놓쳤기 때문에 주식을 보유하고 버티는 것이 유리하다.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수는 있지만 나중에 급반등이 나타날 때 회복률이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한편 현금 보유자들이라면 한결 느긋한 자세로 기다리는 것이 좋다. 하루에 수십 차례 주식을 사고팔아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데이트레이더’가 아니라면 반짝 반등을 노리고 주식을 매입하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 조금 비싸게 주식을 사더라도 주가가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것을 확인한 후에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때 일시적으로 투매가 나와 단기 낙폭이 컸던 대형 우량주에 투자하는 것이 수익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다.
인간의 본성은 ‘안정’이 아닌 ‘변화’라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변화보다 안정을 더 좋아한다. 현재의 안정된 상태가 영원히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인생뿐만 아니라 주식 투자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변화를 사랑해야 한다. 주식시세라는 것은 순간순간 변화하는 것이 특징이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유연성과 순발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시장 흐름에 큰 영향을 줄 변화가 있을 때에는 빨리 현실을 인식하고 변화에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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