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터진 글로벌 악재로 증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2월 이후 시장은 단기간에 메가톤급 변수를 반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과 통화긴축’ ‘외국인 매도 전환과 수급 불균형’ ‘중동 사태와 유가 급등’ ‘유럽 재정위기의 재부각’ ‘동일본 대지진과 원자력발전소 사태’ 등 하나같이 주가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이런 악재에도 불구하고 증시 조정 폭이 10% 미만에 그친 것은 시장의 뒷심이 강하다는 반증이다. 추세 상승에 대한 믿음이 있고 펀더멘털 훼손이 제한적이라는 낙관적 기대에 힘입어 예상보다 시장의 방어력이 강한 것이다. 여기에는 G2(미국과 중국)가 건재하다는 암묵적 동의가 깔려 있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인위적인 경기회복 국면과 달리 민간 부문의 자생력이 확충되는 상황이고, 중국은 긴축을 통한 성장속도 조절이 원만하게 이뤄지고 있다.
물론 일본과 중동 사태가 아직까지 불확실하다. 그러나 증시의 선행성(先行性)을 고려할 때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른 지금이 역설적으로 주가가 바닥일 수 있다. 동일본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은 충격적이지만 이미 과거형이다. 경험상 광범위한 재해 복구가 시차를 두고 경기부양 효과를 유발할 것이다. 문제는 대지진 충격보다 원전 폭발 가능성이다. 원전 폭발은 경제 활동을 근본적으로 마비시키기 때문에 대지진의 충격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문제다. 이에 대한 불확실성은 2, 3일 내 결론이 날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제외한다면 일본 경제가 마비된다는 전망은 확대 해석에 불과하다. 제조업 기반이 동시다발적으로 붕괴된 것도 아니고 전력 공급 부족도 일시적 현상이다. 일본 통계청에 따르면 대지진 참사가 발생한 동북부 지역 경제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6%에 불과하다. 따라서 원전 폭발 변수만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주가는 이미 일본발 충격을 충분히 반영했다.
중동 사태를 민감하게 보는 이유는 유가 급등 때문이다. 곡물가격 급등은 신흥국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지만 유가 급등은 선진국, 신흥국 가릴 것 없이 인플레이션 압력과 수요 감소에 영향을 끼친다. 유가 안정세를 논하긴 이르지만 몇 가지 측면에서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여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산유국의 개별 증산이 이뤄지고 있고, 미국을 필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원유 재고가 과거 평균 수준을 상회하고 있으며 소요 사태가 주변국으로 확산된다고 하더라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리비아에서 정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G2의 건재와 더불어 이러한 리스크들을 주가가 상당 부분 반영했기에 증시는 중기 조정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제는 경계의 시각에서 벗어나 기회의 측면에서 접근할 것을 권한다. 이번 주는 엔화 가치 안정을 위한 주요 7개국(G7)의 외환시장 공조 개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 경제지표로는 미국의 2월 기존 및 신규주택 판매와 내구재 주문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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