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두 번째 방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현금 22조원 투자대상 물색… 한국 대기업에도 관심 있다”

《 “한국에는 여전히 투자할 만한 좋은 기업이 많습니다. 포스코뿐 아니라 시가총액이 작은 기업에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여러 한국 기업에 관심을 갖고 투자할 계획입니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세계적 투자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21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 있는 대구텍 제2공장 착공식에 참석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에는 우량한 대기업이 많은 만큼 기회가 열려 있다”며 한국 기업에 대한 추가투자 의향을 시사했다. 버핏 회장이 이날 방문한 대구텍은 이스라엘 금속가공 기업 IMC의 자회사로, 2006년 버크셔해서웨이가 IMC 지분 80%를 인수하면서 버핏 회장의 ‘손자회사’로 편입된 절삭공구 전문 중소기업이다. 》
버핏 회장은 이날 “버크셔해서웨이는 380억 달러(약 44조 원)의 추가 투자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 중 22조 원은 현금으로 보유하고 나머지 22조 원으로 투자 대상을 찾고 있다”고 공개했다. 이어 “금액이 방대한 만큼 몇 년 전부터 큰 규모로 투자할 만한 지역과 기업을 찾고 있다”며 “미국은 세계 최대 시장이고 가장 익숙한 시장이지만 한국에도 우량한 대기업이 많기 때문에 기회는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포스코 지분 4%를 보유하고 있는 버핏 회장은 “2007년 한국에 왔을 때 투자한 회사 몇 곳에 대한 언급을 했었는데, 포스코를 제외하고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포스코는 믿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철강회사”라고 극찬했다. 이어 “나머지 회사는 시가총액이 얼마 되지 않는 상황에서 해당 기업을 밝히면 시가총액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버핏 회장은 남북관계를 묻는 질문에 “한국의 안보상태에 대해 그동안 한국에서의 투자를 축소할 만한 일은 없었다고 판단하며 평화롭지 않다고 느낄 어떤 이유도 없었던 것 같다”고 말해 현재의 남북관계가 자신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편법 상속 등 한국 대기업의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 기업에 상속으로 문제가 생겨 회사가 매각된다면 연락해 달라”며 “기업이 우량하고 경영진이 잘 구성돼 있다면 매입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말해 상속문제와 기업경영은 별개라는 의중을 내비쳤다.

방한하기 불과 열흘 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어서 가치투자의 대명사인 버핏 회장의 일본시장 진단에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버핏 회장은 “산업이나 경제의 강점에 변함이 없는 경우 일시적 난관이 닥칠 때는 주식을 팔 때가 아니라 매입해서 부자가 될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일본 대지진은 대단히 큰 타격이며 재건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본인의 삶의 에너지나 개선 의지, 자원 등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며 “내가 일본 관련주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재해를 이유로 팔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의 음료는 ‘코카콜라’였다. 코카콜라는 버핏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세계적 음료회사. 버핏 회장은 코카콜라와 삼성전자, 애플 등을 비교하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정보기술(IT)주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주식은 갖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버핏 회장은 “코카콜라가 10년 뒤 어떨지는 예상하기 쉽지만 애플은 답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며 “IT주에 투자하지 않는 원칙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 거부답지 않은 검소한 면모와 기부 활동으로도 잘 알려진 그는 이날 기자회견 중에도 선물로 받은 한복을 입고 즐거워하며 “버크셔해서웨이에 회사를 매각할 의향이 있는 우량 한국 기업이 있다면 컬렉트콜(수신자부담)로 해도 환영”이라고 농담을 던져 좌중을 웃겼다.

대구=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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