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Dream/현장에서]건축물 기본 목적은 ‘안전’ 내진설계 강화, 꼭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3일 03시 00분


김재영 경제부 기자
김재영 경제부 기자
동일본 대지진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건축물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비교적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여겨 왔던 한국이라도 강진 발생의 예외지대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건축물의 지진 대비는 매우 취약하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국내 전체 건축물 680만여 채 가운데 내진설계 대상인 3층 이상, 총면적 1000m² 이상 건축물은 100만여 채다. 이 가운데 실제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물은 16만여 채에 불과하다. 전체 건축물 가운데 97.7%가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저층 건축물이 문제다. 전문가들은 구조적으로 저층 건물이 지진에 취약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1999년 9월 21일에 발생한 규모 7.6의 대만 지진에서 전체 피해 건축물 중 5층 미만이 95%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저층 주택도 비보강조적조(단순히 벽돌로 쌓아 올린 것)가 대부분이다.

특히 서민들이 많이 사는 2∼5층 다세대 주택 및 1층을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필로티 식 건물은 지진에 불리한 구조여서 지진이 나면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내진설계의 사각지대인 저층 건축물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면적인 건축법의 개정 또는 새로운 건축안전법의 제정이 시급하다.

김민수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사무국장은 “내진설계 대상을 현재의 ‘3층 이상 건축물’에서 미국 일본 유럽 등 외국처럼 ‘전체 건축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안전 전문가인 건축구조기술사에 의한 책임설계도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현재 5층 이하의 건물은 건축사도 내진 설계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러다 보니 3∼5층 건축물은 내진설계 의무 대상이면서도 전문성이 떨어지는 건축사 등이 대행하는 때가 많다.

이에 따라 부실 설계와 시공이 우려된다. 실제로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이 2008∼2010년에 새로 건축허가를 받은 서울 5개구의 건축물 1283건과 충북 청주·제천 일대 건축물 1072건의 구조안전(내진설계) 확인서를 검토한 결과 부적합 건축물이 각각 58.6%(753건)와 60.4%(631건)에 달했다.

특히 건축사가 구조안전 확인을 대행한 건축물의 부적합 비율은 서울 5개구 80.7%(736건), 청주·제천 67.9%(631건)나 됐다.

정부는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2층 이하 건축물에 대한 내진 성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건축구조기술사 등 전문가의 구조설계 확인 의무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늦었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제대로 된 실태 파악과 관리감독이 병행돼야 한다. 내진설계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제대로 하려면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 건축비가 상승한다는 이유로 비전문가들이 시늉만 하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된다. 집의 기본 목적은 화려함이나 안락함이 아니라 ‘안전’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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