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쯤 됐을까. 4일 서울 강변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경춘고속도로를 달리다 문득 ‘더존IT그룹 강촌 캠퍼스’ 푯말이 눈에 들어왔다. 강원 춘천시 남산면 8만2500m²(약 2만5000평)의 용지에 자리한 더존비즈온의 첫 사옥이다.
“원래 ‘강촌 사옥’으로 푯말을 달았다가 올해 1월 이사 오기 직전에 ‘강촌 캠퍼스’로 바꿨어요.” 이중현 더존비즈온 부사장은 “지방에 달랑 건물 하나 지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큰소리쳤다. 개발자들이 지역 대학과 함께 연구하고 배우면서 ‘구글’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을 꿈꾸는 곳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사옥 이름도 구글의 ‘마운틴뷰 캠퍼스’를 본떠 ‘강촌 캠퍼스’로 지었다.
일반인에게는 낯설지만 더존비즈온은 국내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1991년 더존소프컴으로 출발해 세무회계 프로그램과 전사적경영관리(ERP) 솔루션으로 SAP, 오라클 같은 글로벌 회사와 겨루며 지난해 매출 1174억 원을 올렸다. 열악한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매출 1000억 원을 넘긴 곳은 더존비즈온이 유일하다.
○ 개발자 위해 춘천 이전
“우리나라는 괜찮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 이내 ‘돈놀이’하는 사람들이 치고 빠지고… 이게 되풀이되면서 다들 어려워졌잖아요.”
태블릿PC가 10여 대 쌓여 있는 사무실에서 만난 채훈 모바일서비스사업부 수석연구원은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선 보기 드문 장기 근속자다. 1996년 더존에 입사해 16년째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채 연구원은 “더존도 부침(浮沈)이 있었지만 ‘자본 싸움’에 휘말리지 않고 꾸준히 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다”며 “개발자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생각 덕에 장기 근속자가 많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더존비즈온이 20년간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로 개발자를 우대하는 분위기를 꼽는다. 첫 사옥 용지를 춘천으로 택한 것도 ‘개발자들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기존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사무실은 직원 1000여 명이 좁은 공간에서 어렵게 야근을 했었다. 지방 이전으로 5년 동안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은 것은 덤이다.
강원 춘천시 남산면에 자리한 더존비즈온 강촌 캠퍼스의 복리후생동과 기숙사 전경. 구
글처럼 개발자 중심의 회사를 만들기 위해 식사를 공짜로 주고, 헬스케어센터를 만들었
다. 야근 중에 쉴 수 있는 기숙사도 지었다. 더존비즈온 제공실제로 더존 강촌 캠퍼스는 구글처럼 직원들에게 하루 세 끼를 공짜로 준다. 본관 옆 복리후생동에 가보니 한창 헬스케어센터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직원들은 운동을 하고, 전문 마사지사의 관리도 받을 수 있다. 당구대 8개도 주문해 뒀다. 식당에 가니 네모반듯한 식판 대신 일반 식당처럼 밥그릇과 반찬 그릇을 따로 마련해 두고 있었다. 이 회사 김용우 회장이 ‘식판으로 식사하는 것은 우리 개발자들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집에서 먹는 것 같은 분위기를 내라’고 시켰다는 후문이다.
김정현 아이플러스 개발팀 수석연구원은 “일하다 밖에 나가 산책로를 걷다 보면 머릿속이 정리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 “모바일 오피스 석권할 것”
최근 더존비즈온은 자사의 ERP 노하우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에 담아 파는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집중 투자하는 모바일 오피스 시장에 도전하는 것이다. 지난해 11월엔 SK텔레콤과 손잡고 만든 중소기업용 모바일 경용솔루션 ‘스마트 CEO’를 선보이기도 했다.
스마트 CEO를 개발한 더존그룹의 계열사 더존C&T의 지용구 사장은 “3년 전부터 모바일시장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며 “통신과 IT 솔루션을 좋은 가격으로 묶어 중소기업의 스마트워크 시대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사급 인재만 뽑아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연구하는 연구개발(R&D)센터를 따로 조성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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