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방사성 물질 누출 공포가 잦아들기도 전에 사우디아라비아가 바레인에 시위 진압 목적의 군대를 파병하고, 서방 연합군이 리비아를 공격하면서 중동 지역의 정정불안 우려가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일본의 방사성 물질 누출과 북아프리카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 ‘리스크의 완화’ 쪽에 99%의 확률로 베팅하지만, 나머지 1%의 확률이 발생했을 때 부정적인 영향이 크기 때문에 체감적인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개연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동반하는 일종의 ‘블랙 스완’ 리스크를 경계하는 것이다.
일본 고베에서 지진이 일어났던 1995년 당시 일본 경제가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7% 정도였고, 현재는 8.7% 수준이다. 이 수치만 보면 일본의 영향력이 1995년에 비해 상당히 낮아졌기 때문에 이번 위기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단정하기 어려운 정황적 근거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1995년 당시의 전 세계 수출금액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였다. 그런데 2010년 말 기준으로는 이 비중이 30%로 높아졌다. 이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 간의 교역량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교역량뿐만 아니다. 일본이 세계 각국에 투자한 채권 투자 자금 규모도 막대하다. 2005년 이후 2010년 말까지 일본이 사들인 해외 채권이 약 85조 엔에 달한다. 이 중 미 국채가 30조 엔, 영국 채권이 약 10조 엔, 호주 채권이 약 6조 엔, 브라질 채권이 약 2조 엔 규모이다. 일본이 자국의 재건을 위해 해외 채권을 매각하기 시작하면 어느 나라인가는 금융시장의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교역 활동이나 투자 활동을 통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더구나 모바일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킹이 발전하면서 세계 곳곳의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얻게 되었기 때문에, 국가 간 영향력이 점점 커지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전 세계는 하나의 공동운명체가 되어 가고 있다.
흔히 주식시장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라고 말한다. 지금 상황에서 더 나올 수 있는 리스크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면, 1995년 한신 대지진의 후폭풍을 맞은 베어링스 파산 사건이 떠오른다. 당시 베어링스 은행에서 파생상품 투자를 담당하고 있었던 닉 리슨은 일본 닛케이평균주가 선물에 투자했었다. 한신 대지진으로 닛케이평균주가가 급락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되었고, 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더 공격적인 투자를 시도하다가 결국에는 240년의 역사를 자랑했던 베어링스라는 회사 전체를 파산으로 이끌었다. 일본이나 중동의 리스크는 여전히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투자 수익을 따져볼 때에 반드시 위험 요인도 감안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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