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DBR 창간 3주년 ‘글로벌 성장 솔루션’ 국제포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6일 03시 00분


“해외 M&A 성공열쇠는 소통… 현지 중간관리자 마음 사라”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플레시먼 힐 러 드CCW는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문화적 다양성을 뛰어넘는 글로벌 성장의 솔루션’이란 주제로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최훈석 기자 oneday@donga.com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플레시먼 힐 러 드CCW는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문화적 다양성을 뛰어넘는 글로벌 성장의 솔루션’이란 주제로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최훈석 기자 oneday@donga.com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영이 본격화하면서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성과 창출에 실패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한국 기업의 해외 M&A가 성공하는 데는 내외부 소통을 통한 평판 관리와 조직 통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DBR(동아비즈니스리뷰) 국제포럼’에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라피 아밋 석좌교수는 “문화적 차이와 현지 네트워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전방위적인 소통이 해외 M&A 성공의 열쇠”라고 제언했다.

고품격 경영저널 DBR 창간 3주년을 기념해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플레시먼힐러드CCW(커뮤니케이션 컨설팅 월드와이드)가 ‘문화적 다양성을 뛰어넘는 글로벌 성장의 솔루션’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국제포럼에는 주요 대기업 임원과 실무자, 교수 등 170여 명이 참가했다. 이날 포럼에서 논의된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라피 아밋 석좌교수
라피 아밋 석좌교수
아밋 교수는 기조 발제에서 “한국 기업의 M&A 중 해외 M&A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6년 처음으로 10%를 넘어선 후 꾸준히 증가해 2010년에는 32%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최근 10년간 현황을 살펴보면 사업 다각화를 위한 M&A의 비중이 절반을 상회했다. 이는 한국 기업이 이전보다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는 증거다. 아밋 교수 연구팀이 1988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 기업의 해외 M&A 실적을 조사한 결과 삼성그룹이 총 49건으로 가장 많았고 대우(37건), 현대(24건), LG(17건), 롯데(15건)가 뒤를 이었다. 금액 기준으로는 두산이 58억 달러(약 6조5000억 원)로 해외 M&A에 가장 많이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한국 등 아시아 기업의 성장 동력이었던 오너 경영을 통한 빠른 의사결정과 일사불란한 행동이 해외 M&A에서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과는 다른 문화권에 속해 있는 피인수기업의 현지 직원들은 보고 및 의사결정 과정 등에서 문화적 충돌을 경험하게 된다. 불안감에 휩싸인 현지 직원들의 조직 충성도는 떨어지고 결국 우수한 직원들부터 이직 도미노가 시작된다. 근거 없는 루머나 내부 고발로 기업이 타격을 입는 극단적인 사례도 나온다. 훌륭한 전략과 면밀한 분석, 과감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이 해외 M&A에서 실패를 맛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피터 베렌지아 대표
피터 베렌지아 대표
피터 베렌지아 플레시먼힐러드CCW 대표는 “인수기업 경영진에게 M&A 성사 발표는 임무의 끝이며 승리의 선언이지만 다른 모든 관련자들에게는 ‘왜, 어떻게’와 같은 수많은 질문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M&A 발표를 듣는 순간 현지 피인수기업 임직원과 소비자, 협력사는 물론이고 인수기업의 직원들까지도 ‘정보의 진공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해관계자들과의 지속적이고 투명한 의사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밋 교수는 “흔히 M&A의 걸림돌이 노조라는 시각이 있는데 실제 가장 저항이 큰 집단은 피인수기업의 중간관리자들”이라며 “이들이 가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해 주는 ‘인간적인 측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뢰를 기반으로 피인수기업의 중간관리자들을 인수 후 조직통합 과정에 동참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이 변화를 주도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도 있다.

글로벌 제약회사인 머크는 최근 한 회사를 인수하면서 그 회사 직원들이 신뢰하는 상위 100명의 과학자를 조직통합의 전도사로 삼았다. 이들이 M&A 이후의 변화상에 대해 자신들의 언어로 소통하자 상하 조직원들 간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후 직원들은 연구개발, 마케팅 등 업무를 앞으로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다.

아밋 교수는 “인수한 기업을 성급하게 ‘흡수’하려다 보면 역효과가 난다”며 “현지 기업 문화를 존중하고 현지 직원들에게 가능한 한 많은 자율권을 부여하면서 통합 회사의 비전과 전략에 대한 끊임없는 소통으로 소속감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고 제언했다. 때로는 돌아가는 전략이 M&A의 시너지 효과를 높여 궁극적으로 현지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끄는 길이라는 뜻. 모기업의 주력 사업과 피인수기업의 사업 간 전략적 연관성이 낮을수록 피인수기업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차차 조직을 통합시켜 나가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다.

M&A 전의 평판 관리가 M&A 후의 의사소통만큼 중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베렌지아 대표는 M&A를 하기 전부터 현지 고객과 파트너, 지역사회와 현지 언론에 브랜드를 알리고 우호적인 인식을 확산시키라고 제언했다.

사실 현지 소비자들은 외국 기업의 이름도 잘 모르는 사례가 많다. ‘휴대전화를 만드는 한국 전자회사가 왜 우리나라에서 이 사업을 하려 할까’라는 의문을 갖기 십상이다. 베렌지아 대표는 “현지의 반발 심리를 극복하는 데 우호적인 현지인 그룹을 활용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며 “현지에서 이미 자사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영업망을 가장 먼저 우군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통해 좋은 평판을 쌓아나가면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좋은 평판을 쌓기 위해서는 인수 대상 기업이 속한 국가 및 지역 사회의 문화적 특성과 사회적 규범에 대한 사전 조사가 필수적이다. 기업이 걸어온 바와 통합 기업이 나아갈 바를 설득력 있는 스토리로 만들어 현지인들에게 홍보하면 더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인재 기자 epicij@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7호(2011년 3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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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약점 극복한 ‘로마軍 신화’의 비결은

▼ 전쟁과 경영


로마인은 유럽 여러 민족 중 체격이 작은 편에 속했다고 한다. 날래고 사나운 유목민족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덩치 큰 유럽 민족들이 그들 앞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힘과 힘이 부닥치는 고대 육박전에서 평범한 체구의 로마인이 우세를 보인 비결은 개인이 아닌 집단의 힘을 극대화하는 로마군만의 노하우에 있었다. 로마군의 혁신적 시스템, 공학기술, 체계적인 훈련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로마군은 오늘날 군인들이 쓰는 철모와 비슷하게 머리를 감싸고 측면에 귀마개 같은 쇠를 붙인 투구를 썼다. 머리와 얼굴까지 통째로 감싸고 눈과 입만 보이는 일체형 투구를 사용한 그리스군과는 달랐다. 살과 피가 튀는 아비규환의 전장에서 동료들과의 효율적인 대화와 팀워크는 강력한 경쟁력이다. 로마군은 팀워크와 통제가 생명인 밀집대형을 유지하기 위해 안전한 그리스식 일체형 투구를 포기하고 더 잘 보이고 더 잘 들리는 새로운 투구를 디자인했다. 그들이 쓰는 투창, 사각형 방패, 양날 검 ‘글라디우스’에도 로마군의 전략적 디자인이 녹아 있다. 구성원의 역량을 최대한 결집해 집단의 힘을 극대화하고 신체적 약점을 극복한 로마군의 혁신을 생생한 사례와 분석을 통해 소개한다.



간디식 혁신, 동반성장의 야심을 현실로

▼ 스페셜리포트


‘기원후 500년경 인도의 한 수학자가 숫자 0의 개념을 만들었다. 그는 매우 놀라운 예지력을 가졌다. 인도에서 발생할 혁신의 숫자를 정확히 맞혔으니 말이다.’ 과거 인도인들 사이에서는 이런 농담이 유행했다. 그만큼 인도는 혁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곗바늘이 마치 과거에 멈춘 것만 같았다. 하지만 최근 인도는 급부상하는 신흥시장이자 새로운 혁신의 원천이다. 영리한 인도 기업들은 신기술과 과감한 사업모델로 혁신에 나서 신흥시장의 가난한 이들도 살 수 있는 저렴한 제품을 설계하고 아주 적은 자본으로 대량 생산에 나선다. 분당 1센트짜리 통화료, 30달러짜리 백내장 수술, 2000달러짜리 자동차 등 믿기 힘든 가격의 제품과 서비스가 인도 시장에서 나왔다. 선진 기업들의 허를 찌르는 그들의 혁신은 공급망 관리, 인재 모집, 새로운 경영환경 구축 등 가치 사슬의 모든 요소를 바꿔놓고 있다. 신흥국가의 저소득층을 뜻하는 BOP(Bottom of the pyramid) 개념을 주창한 프라할라드 미국 미시간대 로스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를 ‘간디식 혁신(Gandhian innovation)’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그가 지난해 작고하기 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남긴 유고를 전문 번역해 소개한다.



안정적 수익 내는 기업 주가가 더 높다고?

▼ 맥킨지쿼털리


시장에는 투자자들이 불확실성을 꺼린다는 통념이 존재한다. 그래서 기업 경영진은 종종 이익 유연화(earning smoothing)에 매달린다. 등락을 반복하는 불안정한 수익보다 안정된 수익을 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이미 해당 업종에 변동성이 내재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맥킨지 조사 결과도 이를 입증한다. 이 조사에서는 수익 변동성이 낮은, 즉 안정적 수익을 내는 기업의 주가가 더 높다고 주장할 만한 근거를 확인할 수 없었다. 오히려 변동성이 높은 기업들 중 상당수는 주주총수익률(TRS)이 높았다. 심지어 수익 변동성이 낮은 기업들의 상당수는 꾸준한 성장률을 보이다가 일정 시점에 이르면 수익이 급감하는 패턴을 보였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수익 변동성을 줄이려는 시도도 별 효과가 없었다. 맥킨지의 컨설턴트들이 수익 변동성을 관리하기 위해 이익 유연화에 매달리기보다는 매출이나 자본수익률을 근본적으로 신장시키기 위한 의사 결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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