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업계에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신제품과 비교해 성능이 떨어지는 구형을 쓰는 소비자들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가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이다.
문제의 옛 제품은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옴니아’(2008년 11월 출시)와 ‘옴니아2’(2009년 10월). 옴니아는 인터넷 접속과 e메일 송·수신이 가능한 최초의 ‘메이드 인 코리아’ 스마트폰이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사용자들이 꿈꿔왔던 모든 것(라틴어로 ‘옴니아’)을 담았다”고 했다.
옴니아2는 애플 ‘아이폰3’(2009년 11월)의 대항마였다. 그러나 인터넷 속도가 느려 ‘반쪽 스마트폰’이란 소비자 원성이 생겨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진일보한 스마트폰인 ‘갤럭시S’를 선보이면서 옴니아와 옴니아2의 생산을 중단했다.
옴니아가 이런저런 불만을 낳는 동안 애플은 지난해 9월 ‘아이폰4’를 내놨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 이후 10개월 만인 다음 달 ‘갤럭시S2’를 선보일 예정이다. 신제품 주기는 갈수록 빨라진다.
소비자들이 신제품으로 갈아탈 수 없는 이유는 약정 때문이다. 옴니아 사용자 83만 명(이 중 70만 명이 SK텔레콤 가입자)도 대개 2년 약정으로 기기를 샀다. 인터넷 ‘옴니아 안티 카페’에는 “노예계약(약정)에 묶여 더 좋은 제품을 쓸 기회를 뺏기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고객이 적지 않다. 삼성 불매운동까지 벌일 기세다.
삼성전자는 난감해졌다. “옴니아를 선보일 당시엔 그게 최상의 기술이었다”며 한숨을 내쉬면서도 이동통신사와 보상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다. 옴니아 고객을 보상하면 앞으로도 수없이 생겨날 구형 소비자에게는 또 어떻게 대처할지 답이 안 나온다. 기기 최종 판매자인 SK텔레콤 측도 “약정기간을 줄이고 소비자 혜택을 늘리면 소비자는 좋아하겠지만, 이는 기업의 손익이 걸린 문제”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급속한 기술의 진보가 기업에 새로운 짐을 지우고 있다. ‘조상의 허물(옛 제품의 결함)을 책임져야 하는가’와 같은 어려운 문제다. 이 시대 경영에서 ‘스마트한 정의(正義)’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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