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 미국 회계감사국은 현행 1달러 지폐를 동전으로 교체할 경우 향후 30년간 최소 45억 달러에서 89억 달러까지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정책을 제안했다. 시장의 관심이 온통 동일본 대지진과 중동 문제에 쏠려 있던 때라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고 묻혀버린 이슈지만 이 제안은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미국의 입장을 시사해 주고 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달러 제조비용이 얼마인지 아십니까’라는 보고서에서 “1달러 지폐를 동전으로 교체하자”는 미국의 정책 제안에 담긴 함의를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이번 미 회계감사국의 보고서가 크게 두 가지 사실을 함축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는 미국 정부 스스로 현재 인플레이션이 누적돼 있음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최소 액면의 지폐를 주화로 교체하는 것 자체가 화폐단위 절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실제 경제활동에서 고액권의 사용이 증가한 반면 소액권의 활용도는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이 경우 지폐를 주화로 대체할 경우 비용 절감뿐 아니라 거래 편의가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이 제안은 ‘미국이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원하고 있다’는 또 다른 사실을 일러주고 있다. 지폐를 동전으로 교체하고 나면 인플레이션이 뒤따르는 것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1달러 지폐의 총 제조비용은 10센트에도 미치지 못해 달러 제조는 99배 이상을 남기는 장사다. 여기다 지폐를 주화로 바꾸면 비용 절감 효과는 더 커진다. 지폐의 주원료는 면화이며 통상 40개월 정도 사용되지만 이를 주화로 바꾸면 최대 34년, 사실상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차례 양적완화 정책을 쓴 미국이 다시 한 번 양적완화(QE3) 정책을 써 돈을 풀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1달러 지폐를 주화로 바꾼다면, 굳이 양적완화 정책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게 되는 셈이 아닐까. 이 연구원은 “중요한 건 미국 정부가 좀 더 강력한 인플레이션을 바라고 있으며 그것이 이머징 국가로 흘러넘치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라며 “또 다른 양적완화 정책 가능성은 낮아지는 분위기지만 단순히 보이는 것을 넘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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