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국가의 경제지표가 다소 둔화되는 모습이다. 국내 2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4개월 만에 두 자릿수에서 9%대로 내려앉았고 경기선행 및 동행지수도 멈칫하고 있다. 미국도 주택가격 지수 하락 폭이 커졌다. 세계 각국의 소비심리지표도 하락했으며 발표를 앞둔 기업심리지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경기 호전이 일시적인 것 아니었냐는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지금의 경제지표 둔화를 추세적인 경기 둔화의 출발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한두 달 더 나쁜 지표가 발표될 수 있겠지만 이는 다분히 심리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먼저 2, 3월은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정 불안과 동일본 대지진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극대화됐던 시점이다. 이 때문에 주가도 일시적으로 급락했고 금리도 큰 폭으로 내렸다. 특히 각국의 소비심리지표는 일본 대지진 직후 소비자들의 두려움이 가장 극대화된 시점에서 조사됐다. 하지만 지금 대부분의 자산 가격은 대지진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경제 주체의 심리적 변화가 자산 가격에 가장 민감하게 반영된다는 점에서 자산 가격의 빠른 회복은 경제주체들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수출이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다. 3월 수출증가율(20일 기준)은 18%대로 높은 수준이다. 2분기 수출증가율도 20%대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에서 금융위기 이후 억압됐던 수요가 꾸준하게 늘고 있고, 신흥국 내수 증가율도 탄탄하기 때문이다. 최근 수출입은행은 2분기 수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25%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지진에 따른 일본 기업의 생산 차질이 국내 기업의 부품 공급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일본 기업과 경합 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은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수세도 이 같은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걸림돌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가다. 이미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국은행의 목표 상단인 4%를 넘어섰으며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꾸준히 정책금리를 정상화하고 있으며 환율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물가 상승에 대한 각국의 대응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유럽 중앙은행은 일부 남유럽 국가의 재정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책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다양한 측면에서 취약해져 있다. 하지만 버블이 심하지 않았던 지역의 경제는 빠르게 회복됐고 문제의 중심에 있던 선진국도 정상 궤도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중이다. 이러한 큰 흐름이 몇 가지 이벤트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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