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WINE]‘미슐랭 가이드’ 서울편이 와인과 무슨 연관 있기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일 03시 00분


EBS의 ‘세계테마기행’과 KBS 1TV의 ‘걸어서 세계 속으로’는 필자가 꼭 챙겨 보는 방송 프로그램이다. 올해부터는 일요일 오전에 방송되는 ‘100년의 기업’이라는 프로그램에 푹 빠져 있는데, 일요일 늦잠과 맞바꿔도 아쉽지 않을 정도로 보는 즐거움이 적지 않다.

이들 프로그램은 각국의 지리, 역사, 문화 등을 알아가는 데 유용할 뿐 아니라 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이 칼럼에서 예전에 다룬 일부 주제도 이들 프로그램에서 힌트를 얻었다. ‘미슐랭 가이드(프랑스어로는 Guide Michelin·기드 미슐랭) 그린’ 서울편이 예정대로 올해 5월 발간된다는 소식도 TV 프로그램 ‘100년의 기업’에서 다룬 ‘122년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 편 덕분에 알았다.

혹자는 타이어 회사가 왜 여행 가이드북을 만들고, 거기에서도 서울편이 와인과 무슨 연관이 있기에 칼럼에서 소개하는지 궁금해할지도 모르겠다. 결론부터 말하면 와인은 곧 음식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밀접하고, 특정 도시의 여행정보를 담은 ‘그린 미슐랭’ 발행은 머지않아 그 도시의 레스토랑 평가서인 ‘레드 미슐랭’이 발행된다는 징조로 받아들여도 별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미슐랭 가이드의 기원은 1900년으로, 타이어 회사 미쉐린이 운전자들의 자동차 여행을 부추겨 타이어 매출을 높여보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발행 초기에는 여행지 주변지도와 숙박시설 정도를 안내하던 것이 1930년대 들어 별의 개수로 식당의 수준을 알리는 내용을 더해 오늘에 이른다.

와인 업계에서 로버트 파커의 점수가 매출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레드 미슐랭이 평가한 별 개수(3개가 최고)는 해당 식당은 물론이고 그곳 요리사의 명예와 운명까지 좌우한다. 2005년부터는 유럽을 벗어나 뉴욕, 도쿄 등 세계 주요 도시의 식당으로 평가 대상을 넓히면서 이 책은 숱한 뉴스거리를 만들어 냈다.

최근 수년간 가장 충격적인 결과는 지금으로부터 4년 전 뉴욕타임스가 1973년부터 별 세 개를 유지했던 ‘타이방’과 ‘르 생크’가 별 하나를 잃었다는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룬 것이었다. 같은 날 저녁 프랑스 주요 지상파 채널인 프랑스2는 저녁 메인 뉴스에서 발랑스에 있는 레스토랑 ‘픽’에 별 세 개를 안긴 당시 37세의 여성 셰프 안소피 피크의 인터뷰를 내보내기도 했다. 여성 셰프가 별 세 개를 딴 것은 1951년 마르게리트 비즈 이래로 56년 만의 일이었으니 뉴스로서의 가치가 충분했던 셈이다.

타이방과 피크는 와인 업계에서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별이 2개로 줄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난 다음 해 작고한 타이방의 오너 장클로드 브리나는 1976년 열린 보르도-캘리포니아 와인 대결의 심사위원을 지냈을 정도로 유명한 와인 전문가였고, 안소피 피크는 자신의 이름을 딴 와인을 출시한 최초의 스타 셰프다.

김혜주 와인칼럼니스트
● 이번 주의 와인
생페레, 피크&샤푸티에


피크&샤푸티에 시리즈는 ‘와인과 음식의 조화’를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안소피 피크와 샤푸티에 오너 미셸, 이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빚어낸 결과물이다. 2003년산 생페레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벌써 16종의 와인이 출시됐는데 국내에는 이 가운데 4종(비오니에, 코트 뒤 론 등)이 올해 봄부터 수입되기 시작했다. 생페레는 피크 가문의 포도밭이 있는 곳이라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 와인은 론의 대표적인 화이트 품종인 마르산 100%로 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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