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가 브이(V)자 모양으로 급반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두 달여 하락 추세에 있다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회복된 주가라서 얼떨떨하다. 시장의 움직임에 후행적으로 반응하는 투자가들에게는 적응하기 쉽지 않은 국면이다.
이번 주가지수의 V자 반등 국면은 여러모로 작년 5월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작년 초 이후 순조롭게 상승하던 주가지수는 유로존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 문제가 부각되면서 조정 국면에 돌입했다가 빠른 반등세를 보였다.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 매수차익거래의 유입 등이 주가지수 상승을 주도하였다. 그 이면에는 선진국의 양적 완화 정책이 지속되면서 생긴 유동성이 신흥시장으로 본격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 이로 인한 원화의 절상 가능성,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 기업들의 이익 성장세에 대한 예상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경기의 회복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순조로운 상승세를 지속했다.
이번에도 외국인의 강한 순매수, 선물 베이시스(현물과 선물 간 가격 차이)의 상승으로 인한 매수차익거래의 유입 등이 주가지수의 상승을 주도하였다. V자 반등 이후 주가지수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순조로운 상승세로 복귀할 것인가? 지나친 단순화일지도 모르겠으나 결국은 외국인의 순매수 추이가 지속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외국인 투자가의 입장에서 볼 때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매력도를 판단하는 두 가지 핵심 요소는 뭘까. 바로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과 우리나라 기업의 이익 크기이다.
원-달러 환율에 대해서는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1100원이 무너지면서 추가적인 원화 절상에 대한 기대감이 발생했다. 금리 인상과 같은 수요 측 인플레이션 압력 억제책만으로는 물가 안정을 도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원화 절상에 의한 수입 인플레이션 압력의 완화를 정책 카드로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된 것이다.
기업 이익의 증가율은 둔화될 것이지만 이익의 절대 규모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환경이라면 주가지수의 상승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익 증가율은 경기 회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모멘텀으로 작용하면서 주가지수 추세의 전환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번 국면에서도 그렇게 됐다. 이제 경기 회복 사이클에 진입하고 난 이후에는 기업의 이익 규모 자체가 추세를 유지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환율 측면에서나 기업 이익 측면에서나 외국인 투자가가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쉽게 떠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금융위기, 유로존 재정위기, 동일본 대지진까지 여러 국면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과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이 점점 더 힘을 발휘하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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