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쌓아둔 돈 비율 사상 최고… 사내유보율 1200%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6일 03시 00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국내 대기업들은 잉여자금 대부분을 투자에 쓰지 않고 ‘회사 내부’에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유보율은 1200%를 넘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5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협의회에 따르면 자산총액 기준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 중 전년과 비교 가능한 72개사를 분석한 결과, 작년 말 현재 72개사의 유보율은 평균 1219.45%였다. 2009년 말 유보율인 1122.91%보다 96.5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유보율은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로, 영업활동이나 자본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자금을 사내에 얼마나 쌓아두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유보율이 높다는 것은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투자 등 생산부문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고 내부에 고여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의 자본금은 총 25조949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8%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이익잉여금은 242조1624억 원으로 23% 증가해 유보율이 높게 나왔다. 기업별로는 태광산업이 3만6385.49%, SK텔레콤이 3만739.60%로 각각 3만%를 넘었다. 이어 유보율 2만 %대는 롯데제과, 1만 %대는 남양유업, 롯데칠성음료, SKC&C, 영풍 등이었다. 삼성전자 유보율은 2009년 8100.41%에서 지난해 9358.63%로 높아졌다.

10대 그룹 유보율은 외환위기 이후 꾸준하게 상승해 2004년 말 600%를 돌파했으며 2007년 700%대, 2008년 900%대, 2009년에는 1000%대를 각각 넘어섰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투자를 늘려야 선순환이 이뤄지는데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전략적 안정에 치중하면서 유보율이 높아졌다”며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는 것을 확인한 이후 점진적으로 투자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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