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국내 대기업들은 잉여자금 대부분을 투자에 쓰지 않고 ‘회사 내부’에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유보율은 1200%를 넘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5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협의회에 따르면 자산총액 기준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 중 전년과 비교 가능한 72개사를 분석한 결과, 작년 말 현재 72개사의 유보율은 평균 1219.45%였다. 2009년 말 유보율인 1122.91%보다 96.5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유보율은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로, 영업활동이나 자본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자금을 사내에 얼마나 쌓아두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유보율이 높다는 것은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투자 등 생산부문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고 내부에 고여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의 자본금은 총 25조949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8%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이익잉여금은 242조1624억 원으로 23% 증가해 유보율이 높게 나왔다. 기업별로는 태광산업이 3만6385.49%, SK텔레콤이 3만739.60%로 각각 3만%를 넘었다. 이어 유보율 2만 %대는 롯데제과, 1만 %대는 남양유업, 롯데칠성음료, SKC&C, 영풍 등이었다. 삼성전자 유보율은 2009년 8100.41%에서 지난해 9358.63%로 높아졌다.
10대 그룹 유보율은 외환위기 이후 꾸준하게 상승해 2004년 말 600%를 돌파했으며 2007년 700%대, 2008년 900%대, 2009년에는 1000%대를 각각 넘어섰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투자를 늘려야 선순환이 이뤄지는데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전략적 안정에 치중하면서 유보율이 높아졌다”며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는 것을 확인한 이후 점진적으로 투자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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