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정유사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L당 100원씩 내리면 소비자물가가 0.2%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을 시작으로 4대 정유사가 모두 7일부터 가격을 인하한다면 4월 물가상승률은 일단 0.14%포인트가 떨어집니다.
계산 방식은 이렇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휘발유와 경유의 가중치는 각각 3.12%, 1.09%입니다. 가격이 100원 내려갔을 경우 2000원의 약 5%가 떨어지는 셈이므로 2개 가중치를 더한 뒤 5%를 곱하면 0.21%가 됩니다. 즉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100원 내려가면 전체 소비자물가지수가 0.21% 떨어지는 셈입니다. 단 통계청은 석유제품의 가격조사를 매달 3차례 시행하고, 정유사는 7일부터 가격을 내리므로 4월에는 2차례만 인하된 가격이 반영됩니다.
하지만 SK에너지의 OK캐쉬백을 둘러싼 통계청의 물가 산정 방식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SK에너지는 신용카드 청구 때 100원을 차감하거나 현금 결제 시 OK캐쉬백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방식으로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간 통계청은 OK캐쉬백 포인트에 따른 할인은 물가 산정에 반영하지 않다가 이번에는 가격 인하로 계산한다고 합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국제 기준에 따르면 캐시백은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경우에만 가격 인하로 물가에 반영하지만 SK에너지가 지급하는 OK캐쉬백 포인트는 5만 점 이상인 고객에 한해 현금으로 입금되므로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닙니다. 하지만 통계청은 “주유 결제 대부분이 신용카드로 이뤄지고 OK캐쉬백도 포인트 적립률이 높아 현금성이 크기 때문에 가격 인하로 봐도 무방하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통계를 집계할 때 애매한 부분은 일부 선택적으로 적용할 여지가 있습니다만 ‘물가상승률 방어’라는 논리에 짓눌려 통계청이 끼어 맞추기식 통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물가상승률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지켜보면서 박수를 치기보다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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