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턴을 거쳐 올해 2월 한국무역협회에 입사한 김꽃별 씨(24·여)와 박은영 씨(24·여)는 중소 무역업체를 지원하는 무역협회 직원답게 서비스 정신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인턴 시절부터 업무 지시를 받기도 전에 고객을 위해 할 일을 스스로 찾아냈고, 고객의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생소한 분야를 공부해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이들은 “민간 부문에서 공익에 기여하는 무역협회의 역할이 마음에 들어 업무에도 관심이 생겼고, 즐겁게 인턴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 시키기 전에 할 일 찾아내
김 씨는 업무에 익숙하지 않았던 인턴 시절, 시키지 않은 일도 스스로 찾아내 처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조찬모임이나 간담회 등 각종 행사를 치르려면 챙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업무에 낯선 인턴이 현수막 제작, 참석자 연락, 명찰 제작 등을 때맞춰 처리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김 씨는 스스로 매뉴얼을 만들어 업무를 익혀갔다. 비슷한 행사가 전에는 어떻게 진행됐는지 자료를 살펴보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체크해 나갔다. 김 씨는 “나름대로 정리한 뒤 일을 시작하니 업체의 문의전화에도 자신 있게 응대할 수 있었고, 한발 앞서 생각하니 선배가 일을 시키기 전에 먼저 필요한 부분이 보였다”고 말했다.
김 씨는 업무 파악이 매우 빨랐다. 인턴시절 근무했던 고객지원실은 각 회원사에 어림잡아 50∼60가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업무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협회 사정을 잘 모르는 인턴이 회원사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김 씨는 협회의 안내책자를 보면서 미리 업무를 익혔고, 대부분의 전화를 스스로 해결했다. 그는 “고객들이 아주 전문적인 것을 물어보는 것이 아니었고, 어느 부서에서 담당하는지만 알아도 응대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미리 안내책자를 보고 공부해놓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씨는 고객들을 응대하는 데 탁월했다. 고객지원실에 걸려오는 전화의 상당 부분은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해 화를 내며 목소리를 높이는 고객의 항의전화다. 인턴이 응대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일이 커지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김 씨는 이런 고객을 진정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김 씨는 “화가 난 분들에게 맞서서 강하게 대응하면 오히려 일이 더 커지기 때문에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일이 진행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씨 스스로 생각하기에 인턴 기간 중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대목은 성실함과 밝은 생활태도. 김 씨는 “적어도 업무 시작 30분 전에는 출근했고, 퇴근하기 전에는 다음 날 할 일 목록을 만들면서 4개월 정도 생활하니 팀의 업무가 어느 정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객지원실에서 있었던 만큼 밝은 미소를 보이려 한 그를 다른 선배들은 ‘만날 웃고 다니는 애’로 기억한다.
김 씨는 업무능력과 태도를 높이 평가받아 4개월 동안의 인턴기간이 끝난 뒤 무역협회의 요청으로 2개월을 더 근무하기도 했다.
○ 실무 배우려 두달 만에 자격증 따
인턴 시절 물류개선팀에 배치된 박 씨는 용어부터 무척 낯설었다. 대학에서 영어 통·번역을 전공한 박 씨에게 ‘HS코드(무역거래 상품을 분류한 코드)’ ‘인코텀스(incoterms·무역조건에 관한 국제규칙)’ 등 물류 관련 전문용어는 도무지 알아듣기 힘들었다.
수출입 운송 실무와 관련된 책을 사 공부했다. 무역협회에서 인턴들에게 제공하는 국제무역사 교육과정도 누구보다 열심히 수강했다. 특히 국제무역사 교육은 업무시간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시작됐기 때문에 저녁식사를 할 짬이 없었다. 박 씨는 과자와 과일로 저녁을 때우며 빠짐없이 수업에 참석했다.
수업이 끝난 뒤에도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집에서 두 시간씩 더 공부했다. 주말엔 학교 도서관으로 향했다. 모르는 부분은 강사에게 e메일로 질문하고, 인턴 동기들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공부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박 씨는 합격률이 15∼20%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운 국제무역사 자격증을 두 달 반 만에 딸 수 있었다. 박 씨는 “업무가 끝난 뒤 공부를 해야 했기 때문에 학교 다닐 때보다 훨씬 더 부지런하게 생활했다”며 “관련 지식들을 공부하면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됐고, 전에는 별 관심 없던 물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박 씨는 처음 접하는 업무에서도 본능적으로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찾아냈다. 근무한 지 3일 만에 물류실무 워크숍 참가자 인솔을 맡았을 때도, 행사를 진행하면서도 중간 중간에 할 일을 체크해가며 세세한 부분까지 챙겼다.
박 씨는 “500명이 참석한 행사에서 사소한 잘못으로 1분만 늦어져도 전체적으로는 500분을 낭비한 셈이 되기 때문에 바쁜 시간을 내 참석한 분들이 미숙한 진행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적극적인 자세로 일하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밝게 생활하려고 노력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 무역협회 인턴십과정은 ▼
무역협회는 고용노동부에서 진행하는 청년직장체험프로그램의 연수기관으로 참여해 매년 두 차례 연수생을 선발한다. 먼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추천받는다. 이 학생들은 현업 부서 담당자의 면접을 거쳐 정식 인턴으로 선발된다. 선발된 인턴은 4개월 동안 해당 부서에 배치된다.
인턴십 기간에는 교육계획에 맞춰 업무를 수행하며, 무역실무를 비롯한 각종 기초 업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을 받는다. 인턴은 각 부서에서 작성하는 연수생 평가서와 인턴이 매일 쓰는 업무일지 등을 통해 평가받는다. 이 결과는 매년 하반기 실시되는 공채 평가 과정에 반영되기도 한다. 이와 별도로 여름 및 겨울방학을 통해 해외 유학생 인턴십도 6∼8주 진행된다. ■ 인사담당자가 말하는 인턴십
▽좋은 예: 기본에 강한 인턴
책임감, 성실함, 적극적이고 밝은 자세 등 기본을 잘 지키는 사람은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인턴은 대부분 직장 경험이 없는 대학생이기 때문에 업무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짧은 기간이라도 ‘우리 회사’라는 자세로 작은 일에도 책임감을 갖는 인턴에게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 직원들과 적극적인 대인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모습도 좋은 인상을 준다.
▽나쁜 예: 수동적인 인턴
업무 권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핑계로, 주어진 업무만 수동적으로 처리하거나 인턴을 취업을 위한 경력을 쌓는 단계로만 봐 연수기간을 소극적으로 보내는 인턴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또 업무에는 적극적이지 않으면서 공채 관련 정보에만 관심을 갖는 것도 좋은 자세는 아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