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 순위공개 전면 재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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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상생의지 있는 대기업 순위매김 부적절”…
동반성장委도 원점서 의견수렴후 상반기중 결론

동반성장위원회와 정부가 56개 국내 대기업의 상생(相生) 노력 정도를 동반성장지수로 평가해 매년 1위부터 56위까지 순위를 공개하려던 계획에서 한발 물러설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민관(民官) 합동기구인 동반성장위에 동반성장지수 평가 순위를 공개하는 방안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동반성장위는 공정위와 함께 전자, 자동차, 화학, 건설, 도·소매, 통신 등 6개 부문 56개 대기업의 협력사에 대한 지원 정도를 평가해 매년 1차례 결과를 공개하기로 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7일 “협력사들과 동반성장 협약을 맺고 평가대상이 된 56개 대기업은 다른 기업들보다 상생의지가 있는 곳”이라며 “굳이 평가 순위를 공개해 하위 점수를 받은 대기업이 사회적 지탄 대상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동반성장위도 조만간 평가 결과 공개 방식에 대한 재검토를 시작해 상반기 중 최종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평가 결과 공개 방식에 대해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할 계획”이라며 “전문가는 물론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 최종 방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반성장지수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대표적인 대기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계획과 이행정도를 평가하는 ‘동반성장 협약 실적평가’와 중소기업 설문조사를 통한 ‘체감도 평가’를 합산해 점수화하는 것이다. 현재 공정위는 평가에 앞서 56개 대기업들과 동반성장 협약을 맺고 있으며 동반성장위는 협약체결이 마무리되는 대로 7월부터 본격적인 평가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평가 순위 공개는 지나친 대기업 조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평가지수가 기업들의 경영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1위부터 56위까지 ‘줄 세우기식’으로 순위를 공개하면 순위가 하위로 나온 기업들의 이미지 훼손과 대외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전체 순위를 공개하기보다는 상위권 기업들의 명단만 공개하거나 평가결과를 등급별로 묶어 공개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동반성장위가 대기업들의 동반성장지수 평가 순위를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동반성장 정책 추진도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지난달 말 현대자동차그룹과 처음으로 동반성장 협약을 한 데 이어 조만간 삼성그룹과도 협약을 하는 등 이달 말까지 평가대상이 되는 56개 대기업과 협약 체결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또 상반기 중 김동수 위원장이 15개 대기업 총수들과 간담회를 열고 동반성장 문화 확산에 대한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7일 한국전력, 수자원공사 등 30개 주요 공공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공공기관의 공정사회 실천협의회’를 갖고 공공기관의 동반성장 협약 체결을 확대하기로 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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