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이후 국내에서도 건축물 안전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커지면서 내진용 건축 자재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건설업계도 발 빠르게 홍보 초점을 내진에 맞추고 있다. 일본의 지진이 한국의 건축자재 판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동국세라믹이 2008년 출시한 울트라벽돌은 연평균 100억 원 정도였던 매출이 동일본 대지진 이후 30% 가까이 급증했다. 문의 전화는 50% 이상 늘었다. 이웃한 벽돌의 홈에 자체 개발한 연결고리를 끼워 건물이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게 한 것이 이 제품의 특징이다. 동국세라믹은 “내진 기능이 없는 일반 벽돌과 달리 리히터 규모 7∼8의 강진에도 튼튼하다”고 밝혔다.
대형 건축물의 골조로 쓰이는 현대제철의 H형강 SHN490은 인장강도(물체가 찢기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최대치)가 기존 제품보다 100MPa(메가파스텔) 강화됐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이 제품은 지난해 총 판매량이 2만 t이었으나 올 3월에는 한 달 동안에만 4000t가량 팔렸다. 규모 7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개발한 알루미늄 커튼월을 지난해부터 판매 중인데 LG하우시스도 최근 매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내진 설비 건물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돔건축 전문업체인 ‘가안건축’은 삼각형이 맞물려 오각형 또는 육각형의 돔을 이루는 독특한 방식의 내진설계 건축물을 내놓았다. 이 업체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지진에 강한 과학적인 건축물’이라는 점을 홍보 포인트로 삼고 있다. 현대엠코는 서울 상봉동에 주상복합건물을 분양하면서 ‘언제 닥칠지 모를 지진에 주거환경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현대자동차그룹 양재동 사옥에 적용했던 최첨단 공법을 그대로 적용해 안전하다’고 광고하고 있다.
이렇듯 지진에 안전한 건물을 원하는 소비자의 수요와 고기능성 제품을 팔기 위한 업체들의 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건설·자재업체들 사이에는 내진 제품 출시 및 홍보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앞으로 소규모 건축물에도 내진 설비 기준이 엄격해진다면 내진 제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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