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철렁한 사건 이후 주가가 오히려 크게 뜨는 현상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우리 증시는 연일 강하고 새로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올해 증시에서도 외국인의 역할은 여전히 커 보이는데 한국이 글로벌 투자자의 눈길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수출기업들의 우량한 실적’에 있다. 3월 우리나라 수출은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이면서 전년 동월비 30%나 증가했다. 어수선한 대외환경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내수와 그간 잠자고 있던 미국의 소비 잠재력을 감안할 때 수출기업들의 실적은 앞으로도 증시의 가장 든든한 재료다.
하지만 냉정히 살펴보면 수출기업에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선 수요여건과는 달리 수익성의 부담요인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엔화가치 하락과 원화가치의 상승은 우리 기업의 경영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줄 만한 변수다.
먼저 엔화는 10조 엔을 훌쩍 넘을 지진복구용 재정투자로 인해 달러당 90엔대를 향해 움직일 것 같다. 여기에 수도권을 포함한 일본 동북부지역의 전력난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경제활동이 이래저래 차질을 빚는다면 엔화는 장기간 약세를 면치 못할 수도 있다. 미국도 세계 두 번째의 미 국채 수요국인 일본에 어느 정도 엔화약세를 용인해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경기회복과 인플레 압력, 그리고 일본의 출구전략 지연도 엔화 약세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다음으로 비록 완만하더라도 원화의 강세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적어도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예전 같이 고공행진을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수출이 당장 뒷걸음질칠 가능성을 낮게 본다면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우리의 외환 곳간이 쉽게 줄지는 않을 것이다. 더욱이 중장기 시각에서 볼 때 공장건설 등 직접투자나 여행수요 역시 자연재해의 우려가 큰 일본에서 한국으로 꾸준히 대체되고 이전될 소지가 크다.
이렇듯 향후 달러 대비 엔화와 원화의 엇갈린 행보는 우리 수출기업들의 수익을 압박하기에 충분하다. 물론 당장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지만 앞으로 주식을 다룸에 있어 환율에 좀 더 비중을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환율변동을 향후 증시의 위험관리 잣대로 삼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종목 선정에 있어서도 환율을 고려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환율에 취약한 기업들이 향후 주도주의 반열에서 하나둘씩 이탈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그 빈 자리는 환율에 내성이 강한 더 좋은 종목들로 채워질 것이다. 이러한 환경변화가 지금부터 기업 크기와 관계없이 좀 더 빠르고 강하고 기술이 진화된 이른바 ‘속이 단단한 종목’의 투자비중을 늘려가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트메이커보다는 부품기업을, 글로벌 매출처가 단순한 기업보다는 다변화된 기업을, 해외생산 비중이 낮은 기업보다는 높은 기업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점차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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