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날아온 믿지 못할 지진 소식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금융시장도 예외일 수 없었다. 코스피는 하루에 90포인트가 빠지며 투자자를 패닉 상태에 빠뜨렸고 너도나도 매도 공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그 순간을 발화점으로 다시 상승해 단숨에 2,000 고지를 넘어선 데 이어 사상 최고점까지 돌파했다. 외국인투자가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날부터 무려 4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며 4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다. 다시 한 번 개미투자자들만 한숨짓는 순간이었다. 놀라서 팔고 나니 손실만 보고, 팔고 난 뒤 바로 급등하는 시장을 보니 탄식만 나오는 것이다.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매번 반복되는 주식시장의 급락과 반전을 경험했으면서도 개미투자자들은 위기를 손실로만 받아들이니 답답할 뿐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위기를 기회로 살려 기분 좋은 수익을 올린 부자가 많았다. 공포로 시장이 폭락하는 가운데 부자들은 싸게 주식을 거둬들였고 불과 2주 만에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주가 2,000에 투자를 망설이던 부자들은 1,900 선까지 밀린 타이밍을 호기로 받아들였고 주식이 아니더라도 주식형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을 저점에 매수하는 영리한 방법을 택했다. 결국 부자들과 외국인은 한편이었던 것이다.
왜 일반 소액투자자들은 이런 경험을 활용하지 못할까. 주된 이유는 자금력에 있다. 시장이 폭락할 때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는 보유 주식이나 펀드에 돈이 물려 있어 반등할 때에도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손실을 줄이는 데서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부자들은 분할 매수와 분할 매도라는 아주 평범한 전략을 쓰면서 상품뿐만 아니라 투자 타이밍도 분산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연초에 필자는 올해의 투자전략 화두로 ‘변(變·변하다)’ ‘변(卞·조급하다)’ ‘변(辨·분별하다)’을 얘기한 적이 있다. 올해 시장은 변동성이 부각되는 모습을 띨 것이고, 이에 따라 조급하게 판단하며 시장과 싸운다면 손해를 보기 쉽기 때문에 냉철한 분별력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올해 남은 9개월여도 마찬가지다. 시장은 계속 외생 변수에 따라 변동성을 갖고 갈 것이다. 이럴 때는 시장을 무조건 따라가지 말고 상품뿐만 아니라 투자 타이밍을 나눠 분할 매수하고, 분할 매도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부자가 되는 길은 무조건 많이 벌려고 달려드는 것이 아니다. 위험을 줄이고 기회가 오면 그 기회를 이용할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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