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오일값 인하, 5일 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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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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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된 기름값 닷새만에 상승… 값내린 정유사 ‘속앓이’

‘오일(Oil)값’ 인하 효과는 ‘오일(5일)천하’일까요?

정유 4사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L당 100원씩 인하함에 따라 하락세로 돌아섰던 기름값이 불과 닷새 만에 다시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졌습니다. 12일 오후 오피넷(www.opinet.co.kr)에 공시된 전국 평균 기름값은 휘발유가 전날보다 2원 가까이 오른 1945원대, 경유가 3원 이상 오른 1784원대였습니다. 기름값 인하가 발표되면서 무려 179일 만인 6일에 휘발유값이 떨어졌던 ‘약발’이 5일 천하로 끝나는 양상입니다.

소비자들은 불만이 많습니다. 정유사는 기름값을 내렸다는데 왜 주유소 기름값은 제자리냐고 말입니다. 업체에 따라 최대 3000억 원(SK에너지, GS칼텍스)에서 1000억 원(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의 손실을 감수한 정유사들은 속이 타들어갑니다.

이런 괴리가 나타나는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주유소가 가장 많은 SK에너지는 소비자가 카드로 결제하면 결제할 때 100원씩 빼주는 사후할인 방식을 택해서 SK에너지 간판을 단 주유소의 기름값은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국제유가도 계속 오릅니다. 두바이유는 9일째 상승해 11일 배럴당 118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보다 직접적인 이유는 자영 주유소들이 공급가 인하 전에 사둔 재고를 털어내는 시점까지 가격을 안 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복합적인 변수 때문에 소비자들은 당장 기름값 인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압박에 밀려 출혈까지 감수한 정유사들은 “앞날이 더 걱정”이라고 한숨을 쉽니다. 소비자들이 기름값 인하 효과를 체감하려면 결국 유류세가 낮아져야 하는데 정부가 ‘타이밍 타령’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오를 때 유류세를 내려 봐야 생색이 나지 않으니 국제유가가 떨어지는 시점에 유류세를 낮춰 극적인 효과를 거두려 할 겁니다. 그런데 국제유가는 떨어질 조짐이 보이지 않네요.

달력이 넘어가는 것도 공포스럽다고 합니다. 기름값 인하 시한이 3개월이라서 7월 6일이 되면 다시 L당 100원을 올려야 할 테고, 가격이 환원되면서 갑자기 인상된 느낌을 받으면 소비자 원성이 하늘을 찌를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시장 논리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손실을 감수하고서도 좋은 소리를 못 듣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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