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태양광 발전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화, 웅진, OCI 등이 '세계 1위 태양광 기업'을 목표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세계 1위라는 같은 꿈을 꾸면서도 이 기업들의 접근 방식은 다르다. 김승연(한화) 윤석금(웅진) 회장이 태양광 발전의 4단계 전 과정을 조기에 갖추려 하는 반면, 이수영(OCI) 회장은 태양광 발전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수직계열화 완성으로 시너지 노려
13일 경북 상주에서 열린 웅진그룹의 폴리실리콘 공장 준공식에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잉곳(폴리실리콘 덩어리)과 웨이퍼(잉곳을 얇게 잘라놓은 판)를 만드는 웅진에너지와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웅진폴리실리콘, 그리고 셀과 모듈, 시스템을 제작하는 미국의 협력 회사 선파워까지 연계하면 사실상 태양광 발전의 수직계열화를 갖춘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11일 한화그룹은 1조 원을 투자해 연간 1만 t의 폴리실리콘을 생산할 수 있는 폴리실리콘 공장을 짓기로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외국 회사와 연계가 아니라 2020년까지 태양광 사업 전 분야에서 한화만의 완벽한 수직계열화를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회장과 윤 회장이 강조하는 태양광 발전 수직계열화는 밸류 체인(value chain)이라고도 부른다.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시스템' 등 4단계로 구분되는 태양광 발전 과정을 모두 갖추게 되면 수직계열화 혹은 밸류 체인을 완성했다고 할 수 있다. 한화와 웅진은 수직계열화 조기 구축을 통해 각 단계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겠다는 전략이다. ●태양광 발전 핵심 소재 폴리실리콘에 집중
한화, 웅진과 달리 이수영 회장이 이끄는 OCI는 수직계열화도 중요하지만 우선 기술 장벽이 높은 폴리실리콘 생산 분야에서 확고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폴리실리콘은 태양의 빛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역할을 하는 태양광 발전의 필수 소재. OCI는 현재 연간 2만7000 t의 생산 능력을 보유해, 연간 3만6000 t을 생산하는 세계 1위 미국의 헴록(Hemlock)을 바짝 뒤쫓고 있다. OCI는 2012년까지 2조2300억 원을 들여 연간 생산 능력을 6만2000 t까지 늘려 세계 1위를 달성할 계획이다.
OCI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9-나인급(99.9999999%· 9가 아홉개)'의 고순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많지 않다"며 "폴리실리콘이 없으면 태양광 발전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생산량이나 기술력 면에서 추월이 불가능한 1위를 달성하는 것이 밸류 체인을 완성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의 에너지 분야 연구원은 "한화와 웅진은 규모를 갖추고 1위를 달성하려는 대기업적 접근이며, OCI는 기술력을 중시하는 중견 기업의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