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재정위기로 신음하는 스페인 경제에 구원투수로 나섰다. 이달 초 옆 나라 포르투갈이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스페인도 국가 부도 사태가 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는 모두 93억 유로(약 14조6600억 원)를 스페인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CIC의 한 고위관리는 “최근 투자 유치를 위해 중국을 방문한 호세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총투자금 가운데 CIC가 60억 유로를 투자하고 나머지는 중국의 민간 투자자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은 침체에 빠진 스페인 경제가 부활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전문가들은 스페인의 저축은행들이 자국 부동산 시장 거품의 붕괴로 부실 채권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며 구제금융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스페인 국책은행은 저축은행업계의 구조조정 자금으로 모두 150억 유로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만약 중국의 이번 투자가 실현되면 그중 절반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앞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도 “중국이 스페인 국채를 더 매입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며 유로권 경제 회생 가능성에 힘을 실어줬다. 원 총리는 12일 베이징을 방문한 사파테로 총리를 만나 “중국은 유럽 금융시장에 책임 있는 장기 투자자로 남을 것”이라며 “유럽이 안정적인 경제 사회 발전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사파테로 총리는 “중국은 스페인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신뢰도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며 화답했다. 스페인은 “포르투갈이 유럽에서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마지막 나라가 될 것”이라며 스스로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혀 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은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 최근 흔들리는 유로존 경제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 왔다”며 “유럽은 중국의 주요 수출 시장으로 중국도 이 지역의 경제안정화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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