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를 무너뜨리기 위해 포털업계 2위와 3위가 손을 잡았다. 포털업계 2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3위 SK커뮤니케이션즈(컴즈)는 서로의 서비스를 공유하고 검색광고 영업에 협력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포괄적 업무 제휴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네이버 검색점유율이 70%에 달하는 시장에서 2위와 3위 사업자가 전방위적 협력을 통해 선두 공격에 나선 셈이다. 다음과 SK컴즈의 네이트 검색점유율을 다 합쳐도 25.21%로 네이버에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다음은 검색이 강하고 SK컴즈는 싸이월드, 네이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강한 만큼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게 두 회사의 판단이다. 또 검색광고 영업에 협력하면 광고주 유치도 용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영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SK컴즈는 SNS에, 다음은 검색에 강점이 있으므로 시너지를 통해 충분히 1위에 도전할 만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서비스 연동 효과 볼 듯
이번 제휴로 사용자들의 피부에 와 닿을 만한 변화는 서비스 연동이다. 각자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을 공개해 한 회사 사이트에만 들어가도 다른 회사 사이트까지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네이트온 메신저를 통해 다음 카페나 블로그에 새로 올라온 글을 확인할 수 있고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다음 아고라 소식 등을 접할 수 있다. 역시 다음 카페, 다음 뷰 등에서 싸이월드에 올라온 새 글을 볼 수 있고 각 사이트에 올라온 재미있는 사진 동영상을 다른 사이트에 쉽게 올릴 수 있게 된다.
중소 개발사나 개인 개발자를 위해 일부 API를 개방한 선례는 있었지만 빅3 업체 중 두 개 회사가 문호를 개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자기 안의 서비스끼리만 서로 연동되도록 해 ‘가두리양식장’이란 비판을 받지 않았느냐”며 “2, 3위 사업자가 서로 빗장을 연 것은 국내 인터넷 서비스 역사상 의미 있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 인터넷업계 판도 영향은
사용자들은 별 관심이 없지만 사실 이번 제휴의 가장 큰 목적은 검색광고 시장 수성이다. NHN이 올해 1월 검색광고 대행사인 오버추어와 결별한 뒤 네이버의 광고주는 28%가 늘었다. 반면 나머지 포털의 검색광고를 담당하는 오버추어의 광고주는 20% 정도 감소해 NHN의 광고대행 자회사인 NBP로 광고주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었다.
현재 다음과 SK컴즈 네이트는 일부는 오버추어에, 나머지는 각자 영업을 뛰고 있다. 이번 업무 제휴에 따라 다음과 SK컴즈는 앞으로 업무를 분담하기로 했다. SK컴즈가 정액과금방식(CPT)을, 다음은 클릭당 과금방식(CPC)을 맡은 뒤 수익은 일정 비율에 따라 나누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다음이나 네이트에서 ‘꽃배달’ ‘짜장면’이라고 검색하면 광고 사이트 결과가 똑같이 나온다. 다음은 야후코리아와도 연동 계약을 했기 때문에 광고주 입장에서는 다음이나 네이트하고만 계약을 해도 네이버를 뺀 나머지 3사의 검색 결과에 동일하게 노출되는 셈이다.
이번 제휴로 끊임없이 제기되는 ‘다음 매각설’도 주목받고 있다. 다음은 창업자인 이재웅 씨와 가족들이 아직 17%가 넘는 주식을 가지고 있지만 꾸준히 줄여 왔기 때문에 사실상 회사와 인연을 정리하고 있다는 루머에 휩싸여 왔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가격이 안 맞아서 그렇지 통신사 게임사들은 알짜 포털회사인 다음 인수를 한번쯤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 플랫폼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는 SK텔레콤이 자회사인 SK컴즈를 통해 사실상 인수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의 한 애널리스트는 “시너지 효과 때문에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주주들의 인수 의지 등 복잡한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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