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6시 16세미만 게임 차단 ‘셧다운제’ 내일 국회 법사위 통과 여부 관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9일 03시 00분


“게임중독 막을 해법” vs “국가가 부모 대신하나”

20일 국회에서 열릴 법제사법위원회에 게임업계와 청소년단체가 주목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을 해소하기 위해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에 대해서는 게임을 못하도록 일제히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의 운명이 갈리기 때문이다.

셧다운제는 지난달 ‘청소년보호법(청보법) 개정안’을 내세운 여성가족부와 ‘게임산업진흥법(게임법) 개정안’을 내세운 문화체육관광부가 합의를 보지 못해 4월로 미뤄졌다. 지난달 두 부처가 격론을 벌인 부분은 바로 적용 대상이었다. 여성부의 셧다운제 골자는 모든 ‘부가통신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에 온라인 게임뿐 아니라 포털,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비디오 게임 등 인터넷을 이용하는 게임 전부를 대상으로 한다. 반면 문화부는 셧다운제 적용은 온라인과 PC 게임에만 국한하고, 모바일 게임 등은 적용 시기를 유예해야 한다며 맞섰다.

이후 두 부처는 논의 끝에 PC와 온라인 게임을 제외한 나머지 게임은 시행 후 2년 뒤에 적용 여부를 평가하기로 합의했다. 이기정 문화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청보법에 셧다운제에 대해 명시하고, 게임법에 구체적인 규제 방안을 담을 예정”이라며 “두 법안이 모두 국회를 통과하면 온라인 게임에 대한 강제적인 셧다운제가 6개월 뒤 실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게임법은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상정돼 있어 20일 법사위에서는 청보법만 심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실효성에 여전히 의문

게임 규제를 두고 여성부와 문화부가 줄다리기를 하는 사이에 셧다운제 자체에 대한 게임업계와 청소년단체 사이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우선 교사와 학부모단체들은 셧다운제 도입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초중고교 교사 3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교사의 93.7%가 논란이 있지만 청소년의 수면권, 건강권을 위해 청소년 게임 시간을 법에 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게임산업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과 실효성을 이유로 반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84.82%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모와 교사의 지도만으로는 도저히 게임 과몰입을 막을 수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따라서 규제 대상을 16세 미만이 아닌 19세 미만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게 교사들의 주장이다.

반면 게임 업계와 인터넷서비스 업계는 “인터넷과 게임에 대한 몰이해를 담은 법안”이라며 지금이라도 셧다운제 자체를 재고하거나 선택적 셧다운제로 돌아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실효성 여부. 셧다운제를 통해 청소년들이 게임 과몰입에 빠지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부작용만 더 크다는 논리다. 실제로 ‘2010 게임백서’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주로 게임을 하는 시간은 오후 6∼10시인 것으로 조사됐다. 만 9∼13세 어린이 및 청소년은 오후 10시∼오전 6시에 게임을 한다는 비중이 4.5%에 그쳤다.

또 한국입법학회가 청소년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심야 시간에 게임을 금지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게임과 인터넷 모두 하지 않겠다고 한 응답자는 5.6%에 그쳤다. 94.4%는 다른 대안을 찾거나 규제를 피할 수 있다고 답했다.

○ “한국은 인터넷 규제 국가”

이달 초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셧다운제가 실효성이 없고 게임산업 발전에 저해를 가져온다며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셧다운제가 자칫 게임뿐 아니라 인터넷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한 외국계 인터넷 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본사에 셧다운제 관련 보고서를 올리면 이해를 못한다”며 “한국에서만 특정 연령층이 인터넷의 특정 프로그램을 못하도록 한다는 게 가능하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인터넷 회사들이 걱정하는 이유는 홈페이지에 무료로 띄워놓는 일부 게임들 때문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싸이월드에도 회원들끼리 즐길 수 있는 ‘소셜게임’ 애플리케이션 장터가 있고, 어린이 교육 사이트에도 일부 캐주얼게임이 포함돼 있는데 이것 또한 규제 대상이 되는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에서는 한국의 셧다운제 논의에 대해 어리둥절한 반응이다. 최근 방한한 소셜게임회사 ‘징가’의 최고보안책임자(CSO) 닐스 펄먼 씨는 “한국은 TV도 밤이 되면 꺼지느냐”며 “부모의 역할을 국가가 대신하려 해서 해결된 일이 없었다”고 밝혔다.

외국계 게임 회사들은 무엇보다 개인정보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셧다운제를 시행하려면 실명인증제가 바탕이 돼야 한다. 청소년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어야 접속을 일제히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는 올해 2월 국회 법사위에 “한국의 법안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필요로 하고 있다”며 “최근 업체들은 민감한 개인정보 수집을 최소화하고 있는데 실명인증제를 실시하면 불필요한 개인정보 수집을 오히려 독려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에도 14세 미만에게는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개인정보제공 동의 절차를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기업들의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셧다운제뿐 아니라 한국에만 스마트폰 게임 카테고리가 열리지 않고, 각종 심의와 규제가 겹겹이 쌓이는 데 대해 해외 언론은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최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검열: 게임 오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심의제도, 인터넷 실명제 등 한국의 정보 통제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 잡지는 “전화선 몇 개만 자르면 되는 1980년대가 아니다”라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의 말을 전하며 “인터넷 검열, 게임물 심의제도 등 한국의 정보 통제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한국의 평판을 깎아내리고 창의성 발휘에 해가 된다”고 비판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 1위인 중국은 최근 부모와 게임회사, 정부의 협력모델을 만들면서 부모가 요청하면 게임 회사가 제재 조치를 취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를 도입했다”며 “우리나라도 부모와 정부가 참여하는 과몰입 규제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셧다운제 ::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만 16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온라인 게임 접속을 완전히 차단하는 법안이다. 0시부터 새벽까지 인터넷으로 게임을 못하게 한다는 점 때문에 ‘신데렐라법’으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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