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주식을 순매수 또는 순매도했다는 팩트가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데 자주 거론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미치는 외국인의 영향력이 크다는 증거이다. 외국인의 주식매매 패턴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변수 가운데 ‘베이시스’라는 개념이 있다. 베이시스란 주가지수선물과 주가지수 사이의 가격 차이를 의미한다. 베이시스가 높게 형성됐다는 말은 주식이 상대적으로 싸고 주가지수선물이 비싸다는 뜻이어서 주식을 사고 주가지수선물을 파는 거래가 활발해진다. 베이시스가 낮게 형성되면 반대의 거래를 유발한다. 이런 매매 형태를 차익거래라고 표현하며 전자를 매수차익거래, 후자를 매도차익거래라고 한다.
베이시스가 중요한 이유는 단기적인 주식시장의 움직임에서 차익거래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주식시장은 급반등했다가 숨을 고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의 주식매매는 19일 연속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다가 지난주부터는 순매도로 전환됐다. 이 기간 주가지수선물의 베이시스가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가 하락했다. 매수차익거래가 발생했다가 매도차익거래로 바뀐 것도 이 시기의 일이다.
주가지수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으면 미래의 가격을 나타내는 선물의 가격이 더 빠르게 상승한다. 선물이 오르면 베이시스가 상승해 주식을 사고 선물을 파는 매수차익거래가 유발된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은 더 상승 추세로 이어진다. 주가지수가 너무 빠르게 상승했다는 부담감이 작용하면 베이시스가 하락하고, 매수차익거래의 청산을 유발해 주식시장에 조정이 등장한다.
그런데 주의해서 봐야 할 것은 차익거래를 제외한 외국인의 매매 패턴이다. 매수차익거래와 외국인의 일반적인 순매수가 병행되거나, 매도차익거래와 외국인의 일반적인 순매도가 병행되면 시장은 상승이나 하락과 같은 추세를 지속시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차익거래 패턴과 일반 거래의 패턴이 다를 경우 차익거래에 영향을 받는 시장의 움직임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
지난주 상황이 그렇다. 지난주에 외국인의 전체적인 주식매매는 순매도를 보였지만 일반적인 매매에서는 순매수 기조의 연장선상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상보다 너무 빠르게 반등한 주식시장에 대한 경계감을 늦출 필요는 없지만 주식시장의 장기적 추세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 미국, 유로존의 상황보다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의 경기 상황이나 경제정책의 기조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환율의 움직임도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변수이다. 과잉 유동성 흡수를 위한 중국의 긴축정책이 일단락되고 견조한 성장을 유지한다면, 미국 달러화 대비 신흥국의 환율이 한 단계 더 절상된다면, 장기적인 상승 추세는 유효할 것이다. 지금은 숨고르기를 하면서 큰 그림을 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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