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은행권 주도로 추진하는 배드뱅크(Bad Bank)가 올해 안에 4조 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사들이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금융권 전체 PF 부실채권의 약 4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5개 시중은행, 3개 특수은행으로 구성된 PF 태스크포스(TF)는 늦어도 6월 말까지 PF 배드뱅크를 설립하고 컨소시엄 형태의 사업장에 대한 부실채권을 먼저 매입할 방침이다. 개별 은행이 단독으로 대출해준 사업장보다 여러 은행이 컨소시엄 형태로 대출해준 대형 사업장부터 풀어나가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말 금융권 전체의 PF 부실채권 9조7414억 원 중 은행권 PF 부실채권은 6조4000억 원이며, 이 가운데 컨소시엄 형태로 나간 대출금은 약 4조 원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PF 부실채권 매입을 위해 각각의 부실채권 규모에 따라 배드뱅크에 일정금액을 출자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5000억∼1조 원 정도의 ‘캐피털 콜’ 약정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 캐피털 콜은 배드뱅크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약정금액 비율에 따라 은행이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반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민간 배드뱅크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 역시 설립 당시 1조 원의 캐피털 콜과 크레디트라인(신용공여 한도) 약정을 맺었지만, 실제로는 5000억 원에 조금 못 미치는 출자금으로만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실채권을 할인된 가격에 사들여 정상화한 뒤 이를 매각한 대금을 다시 부실채권 매입에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출자금 규모는 크지 않아도 된다. 다만 부동산 경기가 계속 악화될 경우 은행권의 PF 부실채권 규모는 10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은행 출자금도 그만큼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PF 배드뱅크 설립을 둘러싼 은행 간 견해차가 작지 않아 구체적 방안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부실채권 규모가 작은 은행은 굳이 배드뱅크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이 공동 출자한 유암코의 제안에 따라 PF 배드뱅크 설립을 추진하는 것인 만큼 은행들이 협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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