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안화 결제확대… 脫달러 행보 가속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1일 03시 00분


美신용등급 하락에 우려표명
싱가포르에서 위안화 결제할 중국은행 곧 지명 전망

세계 최대의 미국 국채 보유국인 중국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전망 하향 직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미국의 재정적자 감축 노력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위안화 영토’를 확장하며 탈(脫)달러 행보도 가속화하고 있어 국제 금융계가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의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19일 밤(현지 시간)에 낸 성명에서 “미국 정부의 신용을 반영하는 미국 국채는 전 세계 기관투자가들에게 중요한 투자 상품”이라며 “미국 정부는 책임 있는 정책을 폄으로써 투자자 이익을 보장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이 실제 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막대한 자산 가치 하락을 감수해야 된다는 중국 내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실제 중국사회보장기금(NSSF) 이사장도 지난 주말 열린 한 포럼에서 “미국 정부는 반드시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종의 ‘미국 주식회사’의 대주주로서 회사 경영을 잘하라는 일침을 놓은 격이다.

미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보이자 중국은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위안화 결제를 늘리는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달러화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외환보유액 다변화 필요성을 강조해 온 중국 내에 실제 탈달러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5개국 간의 무역거래에서 자국 통화로 결제하기로 결의한 데 이어 싱가포르가 홍콩이나 중국 본토 상업은행을 통하지 않고 직접 위안화 결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싱가포르 통화청은 싱가포르에서 위안화 거래를 할 수 있는 중국은행을 곧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에 위안화 결제은행이 생기면 동남아시아의 위안화 결제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올해 1분기 중국의 대외 무역결제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배 가까이 늘어났다. 2009년까지만 해도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100%에 달했으나 1분기 말 기준으로 위안화 비중이 전체 무역 결제액의 7% 수준까지 올라섰다. 박복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중국이 달러 비중을 급격하게 낮추며 달러가치 하락을 스스로 초래하진 않겠지만 이번 미국의 신용등급전망 조정을 계기로 외환보유액 포트폴리오의 다변화 방침을 더 확고하게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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