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화 안터져…” 속터지는 다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1일 03시 00분


스마트폰용 메신저 앱 ‘마이피플’ 3G 통신망서 불통
통신사 강제차단 논란… 다음 “망중립성 위반” 반발

다음이 만든 스마트폰용 메신저 앱(응용프로그램) ‘마이피플’은 지난해 6월 서비스를 시작한 뒤 올해 1월 말까지 8개월 동안 100만 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경쟁 서비스와 비교해 많은 수가 아니었다. 2월, 다음이 승부수를 띄웠다. 인터넷전화 기능을 도입한 것이다. 이 앱을 아이폰이나 갤럭시S 같은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무료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 데이터 통화료가 들지만 마이피플이 한 통화에 사용하는 데이터는 보통 3MB(메가바이트) 수준에 불과했다. 월 4만5000원의 요금을 내고 500MB의 데이터를 통신사에서 구입한 소비자 가운데 상당수는 매월 200∼300MB의 데이터를 쓰지 못하고 버린다. 이 정도면 마이피플로 100통 가까이 무료 통화를 할 수 있는 양이다. 이 덕분에 마이피플 가입자는 3월 초 200만 명으로 늘었고 20일 현재 400만 명을 넘어섰다.

○ 통신사의 역습

하지만 지난달부터 다음의 고객센터에 소비자 항의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3세대(3G) 이동통신망을 통해 마이피플로 전화를 걸려고 하니 도무지 통화가 되지 않는다”는 항의였다. SK텔레콤과 KT 등 국내 통신사들이 ‘패킷 분석’을 통해 인터넷 전화를 제한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말 인터넷전화 제한을 선언했고 마이피플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한 3월부터 가입자의 3G 통신망을 통한 인터넷전화 이용을 강제로 차단했다. 게다가 ‘스카이프’나 ‘바이버’와 같은 마이피플의 경쟁 서비스는 모두 사용이 가능했다. 비난은 마이피플을 만든 다음에 집중됐다.

그러자 다음은 이달 초 직접 실태 조사에 나섰다. 4일부터 7일까지 4일 동안 모바일사업팀 직원들이 수십 대의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을 들고 서울 시내 곳곳으로 흩어져 오전부터 오후까지 시간대에 따른 통화 상태를 확인했다. 그 결과 월 5만5000원 이상의 요금을 내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한 스마트폰에서는 98%의 성공률로 마이피플을 쓸 수 있었다. 스카이프와 바이버, 올리브폰 등 경쟁 인터넷전화 서비스도 사용 가능했다.

반면 월 4만5000원 이하 요금제에 가입한 스마트폰에서는 마이피플의 통화 성공률이 5% 미만으로 뚝 떨어졌다. 스카이프 등 경쟁 서비스는 90% 이상의 통화 성공률을 보였다. 다음은 19일 SK텔레콤과 KT에 ‘다음의 마이피플 앱에 대한 차별 조치’의 이유를 묻는 질의서를 공식 발송했다. LG유플러스에서는 마이피플 이용에 별 무리가 없었다.

○ 통신망은 누구의 것인가


다음 관계자는 “만약 통신사가 고의로 다음의 서비스를 차단했다면 이는 ‘망 중립성’ 원칙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망 중립성이란 통신망을 제공하는 통신사업자가 통신망 위를 흐르는 인터넷 데이터를 통신사 맘대로 통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칙이다. 만약 통신사가 통신망의 데이터를 통신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통제한다면 소비자는 네이버나 다음, 네이트를 서비스의 경쟁력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하는 게 아니라 통신사가 선택해 준 서비스만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음성 통화망을 설치하기 위해 통신사가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는데 인터넷전화 업체가 여기 무임승차하는 걸 막기 위해 월 4만5000원 이하 요금 가입자의 인터넷전화를 차단한다”고 밝혔다. 모든 인터넷전화를 막는 것이지 다음만 막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KT 관계자는 “통신 패킷(정보의 단위)을 분석해 인터넷전화 패킷을 차단하는데 해외 인터넷전화 서비스는 패킷의 형태를 자주 바꾸기 때문에 우리의 감시를 벗어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통신사와 인터넷전화 회사의 ‘숨바꼭질’인 셈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나성현 책임연구원은 “이동통신망은 용량에 상대적으로 제약이 있기 때문에 통신망 전체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통신사의 개입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며 “하지만 소비자의 선택의 자유를 고려해 이런 개입은 신중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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